이번 세미나는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산업계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여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지식의 조사·보호 실태 및 문제점을 밝히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이란 전통에 기반을 둔 지적 활동의 산물로 파생되는 산업,예술 또는 문학적인 결과물을 총칭하며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간치료요법,인도벽화의 문양,아프리카 토인의 음악 등이 모두 전통지식으로 분류된다.
전통의학의 지식으로 사용되는 의학적 용도에 맞는 생물종 및 원산지,채집시기 그리고 그 식물의 어느 부분을 사용할지 또 약재의 조제,보관 및 관리방법 등은 수천년에 걸쳐 밝혀온 것이다.생물-의약회사들은 지역의 전통지식을 통해 의약적 생물자원을 발견하고 의약적 용도에 맞는 식물을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취해 왔다.환경부 관계자는 “전통의약 지식이 없을 경우 생물-의약 연구자들은 한 가지의 유용한 화학성분을 발견하기 위해 수없는 식물종을 무작위로 탐색하는 ‘덤불 속에서 바늘을 찾아내기’와 같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및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같은 전통지식 보호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왔고 오는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될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통지식 보호 내용을 포함하는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대한 국제 레짐이 채택될 예정이다.
ABS 국제규범에는 전통지식 및 생물유전자원의 상품화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 공유의 의무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ABS 국제규범이 채택·발효되면 국내 자생생물 전통지식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고, 해외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에 관한 투명한 절차를 정립하게 되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이익의 일부를 로얄티 등의 형식으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 부담을 전통지식 및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나,관련 연구기관들의 경우 자원 보유국에게 이익의 일부를 로얄티 등의 형식으로 되돌려 줘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우리의 전통지식이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골드(Green Gold)’로 거듭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특히 김종천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향후 4~5년 이내에 전국 생물군 전체에 대한 구전 전통지식 발굴 작업을 완료하고 확보된 전통지식의 보호 및 상업화 연계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특허청 관계자는 “전통지식에 대해 외국에서 무권리자가 부당하게 특허를 취득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고유의 전통지식 DB구축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