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방 14년만에 규제로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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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화 이후 외국인 영향력 커져 투기수요까지 가세 변동 극심
글로벌 규제강화 흐름 활용…외은지점 단기차입 등 규제
글로벌 규제강화 흐름 활용…외은지점 단기차입 등 규제
정부가 외환시장 규제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외환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 개방
국내 자본 및 외환시장이 자유화의 길로 빠르게 내닫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말 외환위기였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1997년 12월 채권시장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이듬해 7월 주식시장 문턱을 없앴다.
또 1999년 4월과 2001년 1월 외환자유화 1,2단계 조치를 각각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빗장도 완전히 풀었다. 이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은 물론 통화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게 됐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외국인투자등록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뿐이었다. 이후 외국자본은 물밀듯 들어왔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한때 40%를 넘었다. 우량주는 대부분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기축통화를 쓰는 선진국들을 제외한 나라들 가운데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많은 것도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 영향력 매우 커
외국 자본 유입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서곡이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금융위기 때마다 공격적인 매매에 나서 외환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규모가 작은 외환시장은 외국인의 소규모 주식 거래에도 쉽게 휘청거렸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해마다 규모는 커지지만 하루평균 거래금액은 240억달러(약 27조원 · 2010년 1분기 기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식시장 규모(시가총액 870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면서 기업들의 선물환 헤지 수요도 급증해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역외선물환시장(NDF)을 이용한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규제 흐름에 동승
문제는 한국만 나서서 '한번 푼 빗장을 다시 닫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자본이동자유화 규약을 준수한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외환 자유화 조치를 후퇴시키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 급증 등 경제 사정이 악화돼 환율의 인위적인 조정이 필요한 경우'등에 한해 일시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을 적용할 경우 국가신용도 추락이라는 역효과를 낳게 돼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도 예외 조항을 쓰지 않았다.
이번에 정부가 외환시장 규제에 나서게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유화 · 개방이라는 글로벌 금융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이를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설명했다. 자유화를 주창했던 IMF 등에서도 투기적인 자본흐름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개방 및 대형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자본주의의 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국제 자본의 단기 이동에 따른 금융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규제와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을 주요 의제로 논의 중이다.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1997년 이후 유지해 온 자유변동환율제까지 후퇴할 수는 없다.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선물환 거래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밖에 외국은행 국내 지점 단기 차입 규제,외국인의 단기 자본 거래에 대한 과세 등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외환위기 이후 급속 개방
국내 자본 및 외환시장이 자유화의 길로 빠르게 내닫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말 외환위기였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1997년 12월 채권시장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이듬해 7월 주식시장 문턱을 없앴다.
또 1999년 4월과 2001년 1월 외환자유화 1,2단계 조치를 각각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빗장도 완전히 풀었다. 이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은 물론 통화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게 됐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외국인투자등록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뿐이었다. 이후 외국자본은 물밀듯 들어왔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한때 40%를 넘었다. 우량주는 대부분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기축통화를 쓰는 선진국들을 제외한 나라들 가운데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가장 많이 개방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많은 것도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 영향력 매우 커
외국 자본 유입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서곡이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금융위기 때마다 공격적인 매매에 나서 외환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규모가 작은 외환시장은 외국인의 소규모 주식 거래에도 쉽게 휘청거렸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해마다 규모는 커지지만 하루평균 거래금액은 240억달러(약 27조원 · 2010년 1분기 기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식시장 규모(시가총액 870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면서 기업들의 선물환 헤지 수요도 급증해 외환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역외선물환시장(NDF)을 이용한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규제 흐름에 동승
문제는 한국만 나서서 '한번 푼 빗장을 다시 닫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자본이동자유화 규약을 준수한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외환 자유화 조치를 후퇴시키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 급증 등 경제 사정이 악화돼 환율의 인위적인 조정이 필요한 경우'등에 한해 일시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예외 조항을 적용할 경우 국가신용도 추락이라는 역효과를 낳게 돼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도 예외 조항을 쓰지 않았다.
이번에 정부가 외환시장 규제에 나서게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유화 · 개방이라는 글로벌 금융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이를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설명했다. 자유화를 주창했던 IMF 등에서도 투기적인 자본흐름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개방 및 대형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자본주의의 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국제 자본의 단기 이동에 따른 금융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규제와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을 주요 의제로 논의 중이다.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다.
그렇다고 해서 1997년 이후 유지해 온 자유변동환율제까지 후퇴할 수는 없다.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선물환 거래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밖에 외국은행 국내 지점 단기 차입 규제,외국인의 단기 자본 거래에 대한 과세 등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