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국제사회가 굳은 공조로 북한 제재에 나서고 있는 데도 중국은 줄곧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바오 총리가 어떤 입장을 표명(表明)할지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의 태도가 서서히 변화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는가에 따라 앞으로 대북 제재의 흐름이 좌우될 중대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어뢰공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통해 실효성있는 대북 제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력이 우선적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의 책임이 분명해지고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그동안 북한 감싸기로 일관해오던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가 "한국 정부가 제시한 증거는 전 세계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북한은 무관하다면 충분한 사실로 증명하고,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부터가 그렇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방중 이후 미 정부 관계자도 중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고,우리 정부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국이 그동안의 기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북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이 사건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반대하지 않거나,우리 조사결과에 대한 지지 등의 변화만 이끌어내도 상당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과 더불어 G2 국가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이 이제는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보다 책임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거듭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한목소리로 북의 만행을 규탄하고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국제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