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속한 남아공 월드컵 B조 4개팀의 찜찜한(?) 공통점이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공통점이란 B조의 그리스 대한민국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우연하게도 경제위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구제금융의 문턱까지 갔던 국가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 누리꾼들은 B조의 B는 구제금융을 뜻하는 베일아웃(Bail-out)의 첫글자가 아니냐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는 국가재정위기 등으로 향후 3년 동안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100억유로(약 161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유로존에서 800억유로를,IMF가 300억유로를 부담하게 되며 최근 1차 지원금 100억유로를 긴급 수혈받았다.

아르헨티나도 2000년 3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국민의 폭동사태 등이 이어지다 2002년 초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1997년 12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나이지리아에서도 1986년 구제금융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다행히 실제로 성사되진 않았다. 대신 IMF가 마련한 구조조정 계획을 수용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야 했다.

누리꾼들이 내놓은 또 다른 흥미있는(?) 분석 중 하나는 한국,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가 위기를 겪은 뒤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성적이 모두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다.

구제금융을 받고 첫 출전한 2002년 한 · 일월드컵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는 1승1무1패의 기록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나이지리아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우리나라 역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를 기록,곧바로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이런 '구제금융 징크스'가 이번에도 깨지지 않는다면 한국이 그리스를 큰 어려움 없이 이길 것으로 누리꾼들은 예측하고 있다. 구제금융의 저주가 그리스를 짓누를 것이란 얘기다. 스위스 고지대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이 웃을 만한 분석이 아닐까.

김일규/임현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