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 취약국인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파탄 우려가 올 여름 최고조에 달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PIGS 5개국의 국채 만기가 다음 달부터 9월까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6일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 경제의 중단기 전망과 미래' 보고서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IGS 국채(3446억유로) 가운데 70%인 2448억유로의 만기가 6~9월에 분포해 있다고 밝혔다.

PIGS 중에서 '위험 1순위'로 꼽히는 그리스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123억유로의 약 76%가 7월(44억유로)과 9월(49억유로)에 몰려 있다. 2순위로 지목된 스페인은 7월 한 달에만 315억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스페인 전체 국채의 73%가 6~9월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역시 6~9월에 올해 만기 도래 국채의 78%와 83%가 각각 몰려 있다.

PIGS의 국채 만기가 여름에 몰린 탓에 '7월 위기설' '9월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구제금융 집행으로 그리스 관련 우려가 소강 국면을 보일 수 있겠지만 그리스 채무 규모와 유로존의 지원 역량 등을 감안할 경우 채무 재조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의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장기적으로 역내 불균형 조정이 이뤄지겠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은 3~4년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 국가의 강제 퇴출 등이 이뤄지지 않는 유럽연합(EU) 특유의 '느슨한 통합'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가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 유로존의 5가지 딜레마는 △산업구조와 산업 경쟁력 불균형 △물가 수준과 실질 · 실효환율 격차 △통화 · 외환 정책 단일화 △경상 · 재정수지 불균형 △경제적 통치(economic governance) 부재 등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그리스 국채 보유 규모가 지난해 기준 2147억유로에 달해 그리스 채무 재조정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며 "국채 만기까지 고려하면 PIGS의 재정위기가 다시 두드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