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4일(현지 시간) 모국 문제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등 시험대에 올랐다.

반 총장은 이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 조사팀이 제시한 증거들은 ‘거부할 수 없고 압도적인’것”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그리고 한 사람의 대한민국 시민으로써 이는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했다.그는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뤄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가 “반 총장이 이 사건을 더 특별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 사건은 지난 40∼50년 간 일어났던 수 차례의 북한에 의한 도발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들 중 하나”라며 조국인 한반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드러냈다.

그의 회견이 끝난 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유엔 개인 블로거로 활동 중인 칼럼 린치는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어뢰에 의한 한국 군함 침몰 사건은 반 총장에게는 국제적 위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이는 한국전 당시 북한군의 침공으로 고향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그의 개인사와도 무관치 않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사태는 반 총장이 심리적으로 가까운 국제 분쟁을 대처하는 데 있어 얼마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또 그의 연임을 방해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자신의 모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에 대한 그의 기질을 떠보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으로 그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반 총장은 취임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그의 사무총장 선출에 지지를 보냈던 중국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