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사태 관련,대국민 담화문이 발표된 24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주재원을 크게 줄이고 일부 기업은 휴업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날 남측 개성 체류 인원은 295명으로 전날의 1013명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쳤다. 기업들이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최소 인원만 북측에 남겨뒀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담화문 발표에 앞서 체류 인원을 줄이고 숙박 인원을 출퇴근 방식으로 바꾸도록 각 업체에 공문을 하달했다.

박용만 녹색섬유 사장은 "7명이던 주재원을 3명으로 줄이고 비상용 식량을 비축해 두는 등 북한의 통행 차단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성석 나인모드 사장도 "억류 사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인원을 최소화하고 최근 며칠간 공장 안에 식량을 비축해 뒀다"며 "직원들에게도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은 이날 정부가 개성공단 투자 확대 불허,체류 인원 축소 등 예상보다 강경한 대응 방침을 내놓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업들은 남북 당국 간 기숙사 설립 협의 난항으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중 투자 확대를 불허한다는 방침까지 나오자 "인력난 해결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추가 투자 등을 계획했던 기업들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초기 입주기업들의 경우 생산라인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입주한 50여개 업체들이 문제다. 인력난 해결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상당수 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60%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후발 입주 업체 사이에서는 "차라리 철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철수하게 될 경우 기업당 최고 70억원의 경협보험금을 받게 돼지만 자진철수 업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마저도 업체당 평균 200억~300억원의 투자비를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수출입은행이 보험금액을 재조정하거나 철수 지원금 등을 따로 책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기석 에스엔지 대표는 "정부를 믿고 투자했던 입주 기업들에 정부가 책임있는 결론을 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입주 기업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 대응이 관건이다. 정부의 대응에 맞서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나 전면 폐쇄 등으로 응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갔으며 현재 121개 기업이 월 평균 2500만달러 어치를 생산하고 있다. 북측 근로자는 3월 말 현재 4만2000여명으로 북측 근로자 임금과 사회보험료로 1년에 약 5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