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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모르쇠' 일관하는 외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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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

    지난 20일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를 듣고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여신심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 대상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대그룹에서 발표했으니까 이유도 그쪽에다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이 약정체결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채권은행을 바꾸겠다고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이 18일이었다. 그런데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외환은행의 태도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약정체결 대상 결정과정에서 비밀 유지의 의무가 있어서다. 현대그룹이'비밀 유지의무를 어겼다'고 반발한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약정체결대상인 현대그룹으로선 그룹의 명운이 걸린 일일 수도 있다.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업황이 호전되고 있으며 배를 살 때 자금 전액을 빌리는 해운업의 특성을 채권단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현대그룹의 반발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그룹 투자자들로선 속이 탈 노릇이다.

    외환은행은 2003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넘어갔다. 그 뒤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지점장은 고객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오사카지점은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예금잔액증명서를 발급해 줬다가 3개월 영업정지를 받았다. 미국 LA법인은 2008년 말 신용장 개설 실수로 300억원대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기 위해 급급할 뿐 은행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을 둘러싼 논란도 기업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몸집을 가볍게 해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빨리 팔 수 있을지는 몰라도,제값을 받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경제부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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