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北소행' 경제 영향] 무디스 "북한 리스크와 한국 신용등급은 별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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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테러ㆍ北 핵실험… 단기 충격ㆍ중장기 영향 적어
환율 일시 급등후 안정될 듯
환율 일시 급등후 안정될 듯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인 것으로 20일 공식 발표되자 금융시장이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발표 직후 주가가 30포인트 하락하고 원 · 달러 환율도 30원 가까이 상승하는 등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재차 부각됐다.
◆과거에는 어땠나
북한의 도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0년대에도 '아웅산 묘지 테러사건'(1983년 10월9일)과 'KAL기 폭파사건'(1985년 11월29일)이 있었다.
'아웅산 테러사건' 당일은 휴일이었으며 다음날 코스피지수는 0.9% 하락해 115.59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해 말 코스피지수는 121.21로 마감했다. 'KAL기 폭파사건' 때는 아예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148.84였는데 한 달여 뒤인 1985년 말 종가는 163.37,두 달여 뒤인 1986년 1월 말엔 160.42였다.
'북한 리스크'는 1990년대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나 핵실험 때 다소 크게 나타났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환율은 전날 1336원에서 사건 당일 14원 뛰어 1350원을 기록했다. 이후 9월23일엔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한 환율은 이내 제자리걸음을 찾기 시작해 같은 해 말엔 1204원으로 하향 안정됐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금융시장에서 '단기 충격-중장기 영향 없음'의 흐름을 나타냈다. 당일 코스피지수는 1352에서 1319로 주저앉았고 환율 역시 949원10전에서 963원90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해 말 주가는 1434로 상승 추세를 이어갔으며 환율은 929원80전으로 하락세(원화 강세)를 유지했다.
◆남유럽 사태와 겹쳐 단기충격
코스피 지수 29포인트 하락은 2006년 10월 지하 핵실험 때의 33포인트,지난해 5월25일 2차 지하 핵실험 때의 38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는 "지금 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유럽 재정 위기와 중국의 긴축"이라며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1.54%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안함 발표에 따른 추가 하락폭은 0.3% 정도에 그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이 영향을 크게 미친 곳은 외환시장이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5~6원 정도 올라서 출발했다. 천안함 공식 발표 이후 상승폭이 커지면서 종가는 1194원10전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29원 오른 것이다. 올 들어 최고치이며 지난해 10월29일(119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남유럽 사태로 인해 환율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천안함 발표로 손절매 물량(달러매수 주문)이 대거 나오면서 상승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홍콩시장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0bp 오른 127bp를 나타냈다.
◆"중장기 영향 없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 전무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소식들은 시장에서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주가가 단기적으로 빠진 경우는 있지만 이로 인해 시장의 방향이 바뀐 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가 1600선이라면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수준으로 매력이 높아진다"며 "앞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점쳤다.
외환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원 · 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을 넘어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는 우리 경제 체력에 비춰볼 때 높은 수준"이라며 "남유럽 사태 등을 감안하더라도 1150원 안팎으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안보리 제재 반대로 인해 군사적 충돌은 거의 없으며 이로 인해 지정학적 위험은 해소될 것"이라며 "남유럽 문제로 통화정책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한국으로 다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오면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A1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할 당시 이미 초계함 침몰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A1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동/강지연/서보미 기자 jdpower@hankyung.com
◆과거에는 어땠나
북한의 도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0년대에도 '아웅산 묘지 테러사건'(1983년 10월9일)과 'KAL기 폭파사건'(1985년 11월29일)이 있었다.
'아웅산 테러사건' 당일은 휴일이었으며 다음날 코스피지수는 0.9% 하락해 115.59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해 말 코스피지수는 121.21로 마감했다. 'KAL기 폭파사건' 때는 아예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148.84였는데 한 달여 뒤인 1985년 말 종가는 163.37,두 달여 뒤인 1986년 1월 말엔 160.42였다.
'북한 리스크'는 1990년대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나 핵실험 때 다소 크게 나타났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환율은 전날 1336원에서 사건 당일 14원 뛰어 1350원을 기록했다. 이후 9월23일엔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한 환율은 이내 제자리걸음을 찾기 시작해 같은 해 말엔 1204원으로 하향 안정됐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금융시장에서 '단기 충격-중장기 영향 없음'의 흐름을 나타냈다. 당일 코스피지수는 1352에서 1319로 주저앉았고 환율 역시 949원10전에서 963원90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해 말 주가는 1434로 상승 추세를 이어갔으며 환율은 929원80전으로 하락세(원화 강세)를 유지했다.
◆남유럽 사태와 겹쳐 단기충격
코스피 지수 29포인트 하락은 2006년 10월 지하 핵실험 때의 33포인트,지난해 5월25일 2차 지하 핵실험 때의 38포인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는 "지금 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유럽 재정 위기와 중국의 긴축"이라며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1.54%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안함 발표에 따른 추가 하락폭은 0.3% 정도에 그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이 영향을 크게 미친 곳은 외환시장이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5~6원 정도 올라서 출발했다. 천안함 공식 발표 이후 상승폭이 커지면서 종가는 1194원10전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29원 오른 것이다. 올 들어 최고치이며 지난해 10월29일(119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남유럽 사태로 인해 환율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천안함 발표로 손절매 물량(달러매수 주문)이 대거 나오면서 상승폭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홍콩시장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0bp 오른 127bp를 나타냈다.
◆"중장기 영향 없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 전무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소식들은 시장에서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주가가 단기적으로 빠진 경우는 있지만 이로 인해 시장의 방향이 바뀐 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가 1600선이라면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수준으로 매력이 높아진다"며 "앞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점쳤다.
외환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원 · 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을 넘어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는 우리 경제 체력에 비춰볼 때 높은 수준"이라며 "남유럽 사태 등을 감안하더라도 1150원 안팎으로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안보리 제재 반대로 인해 군사적 충돌은 거의 없으며 이로 인해 지정학적 위험은 해소될 것"이라며 "남유럽 문제로 통화정책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경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한국으로 다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오면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천안함 관련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A1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상향 조정할 당시 이미 초계함 침몰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A1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동/강지연/서보미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