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 인사는 언제 나는 겁니까. "

이 질문은 비단 기자들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묻는 말만은 아니다. 한국은행 임직원들이 기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공석인 금통위원 자리가 한 달 가까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한은법 13조에 따라 7인의 위원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 7인의 금통위는 매달 한 차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그달의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런데도 지난달과 이달 금통위는 6인 위원만 참석한 채 회의가 열렸다. 지난달엔 심훈 위원의 임기가 7일 만료됐지만 후임인 임승태 위원이 14일 임명되는 바람에 금통위 회의엔 6명만 참석했다.

이번 달에도 금통위 회의 참석 위원은 6명이었다. 박봉흠 위원이 지난달 24일 임기가 끝나 퇴임했지만 아직까지도 후임 인사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금통위원을 제때 임명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한은법 위반일 수도 있다.
한은 임원 자리도 비어 있다. 지난달 2명의 부총재보가 임기 만료돼 물러났지만 19일에서야 한 자리가 채워졌다. 나머지 한 자리는 언제 채워질지 모르겠다는 것이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정부 들어 인사가 뒤늦게 난 것은 한은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도 핵심 보직에 대한 인사가 늦어지는 통에 상당 기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재정부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 자리가 지난 2월 공석이 됐지만 후임이 정해진 것은 두 달이나 지난 뒤였다. 3~4월엔 세제실장 기획조정실장 차관보 등의 자리가 2주일에서 한 달가량 공석으로 남겨졌다. 금융위에서도 임 전 상임위원 후임이 임명된 것은 한 달가량 지난 후였다.

정부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면서 주요 간부들이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현안은 뒷전으로 미루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인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지난해 상반기 국세청장 장기 공석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세청장 자리는 한상률 전 청장이 지난해 1월 사표를 낸 뒤 7월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기까지 6개월이나 빈 자리로 있었다. 인사는 신중한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관리를 위해 제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