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 대학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부산 동의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임한석 하이브리드정밀 대표(47 · 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3차원 형상의 다양한 미세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마이크로 방전가동기' 5대를 20만달러를 받고 인도의 인디아공과대와 바바원자력연구소에 처음으로 공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3차원 형태 마이크로 방전가동기를 상품화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원하는 형태의 합금강 제품 제작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와 연결된 마이크로 방전가동기의 미세한 전극이 3차원 형태로 전기불꽃 에너지를 발생시켜 거리와 힘을 조절하면서 금형 제품을 제작한다. 기존 공작기계는 1㎜ 이하의 구멍 등 정밀 절삭가공을 하기 힘든 데다 아래위로만 공구를 움직이면서 구멍을 뚫어 동그라미 형태의 공작물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설비는 이런 단점을 개선,둥근 구멍은 물론 삼각형과 눈 등 원하는 형태의 다양한 공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임 대표는 "자동차 디젤엔진의 에너지 연료분사 노즐과 미세한 형상의 액체를 검사할 수 있는 DNA칩,반도체 조립공정의 소모품 등을 만들 수 있는 첨단 기계설비"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가 하이브리드정밀을 설립한 것은 2008년 8월.1997년 부산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2000년 3월 일본 기계기술연구소 등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이어 2000년 6월부터 싱가포르국립대 기계공학과에서 8년 동안 조교수 생활을 한 뒤 2008년 8월 귀국해 창업에 나섰다. 그동안 대학에서 연구해온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미세가공기술'을 상품화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교수로 지내면서도 역동적인 기업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귀국하기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분야 기술을 익히면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죠." 그는 자본금 2000만원을 마련한 뒤 상품의 미래를 믿고 지원해 달라며 필요한 자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충당했다. 부산시 산학협동과제자금 5000만원,중소기업청의 창업보육기술개발사업자금 2억원 등을 지원받아 개발장비를 마련하고 연구비로 사용했다.
임 대표는 1년 정도의 연구 끝에 마이크로 방전가동기 상품화에 성공,지난해 말부터 인도 수출을 추진했다. 혼자 시작했지만 현재 직원이 5명으로 늘었다. 그는 "싱가포르에 있을 때 학회 등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인도 쪽 네트워크를 활용했다"며 "당분간 인도와 싱가포르 쪽으로 집중 수출망을 구축한 뒤 연말부터 국내 판매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물을 모아 성공적인 벤처사업가가 되고 싶은 열망이 더 커 기업을 시작했다"며 "대학 강의 때문에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없었는데 국내에 들어온 뒤 기술개발과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