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중앙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통유리 엘리베이터,전문 식당가에서 식사하는 가족,곳곳에서 사진 찍는 젊은이,3D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지극히 선진 대도시 같은 분위기지만 이 광경은 브라질의 열대우림 아마존 지역인 포르투벨류에 세워진 한 쇼핑몰 풍경이다. 정글과 피라냐(육식성 민물고기),원초적 에너지와 미지의 땅으로 상징되던 아마존에 현대식 복합쇼핑몰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 세계 자본이 흘러들면서 급격히 개발이 이뤄지고 인구도 늘면서 소비경제가 새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마존 유역 7개 도시에 대형 쇼핑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주요 도시 4곳에 내년 말까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며 다른 3곳에서도 쇼핑몰이 건설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과거 아마존 숲의 문명화는 벌목꾼이 목장을 위해 길을 내는 정도였으나 요즘은 다르다. 인구 30만명이 넘는 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소매 유통업체의 체인점이 들어설 만한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에 쇼핑몰들이 속속 들어서게 된 원동력은 포르투벨류 지역의 새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은 원주민들이 자동차로 6시간씩 달려 쇼핑을 갈 만큼 성공모델로 꼽힌다.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벌목꾼들의 전기톱을 온몸으로 막던 환경운동가 시코 멘지스가 지주의 총에 맞아 쓰러진 정글 근처에 세워진 이 쇼핑몰은 브라질의 뜨거운 소비경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지역경제와 소비 살리는 쇼핑몰

쇼핑몰 붐은 브라질 지역경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브라질 정부는 포르투벨류 쇼핑몰이 있는 아마존 혼도니아주의 소매판매가 지난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3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고 국가 평균의 두 배다. 히우브랑쿠 쇼핑몰이 새로 지어지는 아크레주는 31.5% 늘어 증가율 3위였다.

전 세계 자금이 앞다퉈 아마존으로 향하고 있다. 캐나다의 대형 쇼핑몰 업체 아이반호 케임브리지는 포르투벨류에,미국의 연금펀드는 히우브랑쿠 쇼핑몰에 각각 투자한 데 이어 미국의 부동산 재벌 샘 젤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민들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아마존의 '오아시스' 같은 쇼핑몰을 반기는 분위기다. 의류업체 디바스를 운영하는 호아스씨는 "쇼핑몰은 다양한 계층이 섞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이곳에서 중산층은 상류계급이 어떻게 차려입고 무엇을 먹는지 유심히 살핀다"고 말했다. WSJ는 "한 인디언 소녀가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손을 올려놓으며 떨리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현장을 소개하며 "에스컬레이터를 난생 처음 타보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물러선 환경론자 "성장은 불가피"

쇼핑몰이 지역경제에 기여하자 과거 개발이라면 무조건 반대해온 강경 환경론자들의 입장도 다소 누그러졌다.

쇼핑센터 건립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기면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이 개발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브라질 환경장관이 개발에 관대한 인물로 교체되기도 했다. 쇼핑몰은 이미 수십년 전 삼림이 사라진 지역에 세워지기 때문에 환경론자들도 쇼핑몰 건립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WSJ는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쇼핑타운'은 아직 갈 길이 멀다. 4000㎞ 떨어진 상파울루에서 출발한 배송 트럭이 예사로 지연돼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수시로 동나고 많은 직원들이 풍토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1년 중 우기가 절반인 브라질 기후 특성도 신규 공사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배송 거리가 길어 물류비용이 크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