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한 이색 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펀드들은 기존 투자 공식을 과감히 허물고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운다. '펀드 1만개'시대에 개성없는 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거치식과 적립식의 경계를 허문 펀드

최근 출시된 '똑똑한' 펀드들은 적립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주가 등락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으로는 장기간 투자를 유도할 수 없다고 본다.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투자자들의 가입과 환매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가 거치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시장 변동에 따라 투자 시기와 비중을 조절하는 펀드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펀드가 지난 12일 출시된 '삼성스마트플랜'이다. 이 펀드는 투자자가 목돈을 맡기면 대부분 국공채 등 우량 채권에 일단 묻어둔다. 그리고 나머지를 코스피200 관련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ETF 투자비중은 시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전달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했다면 이달에는 투자 비중을 10%까지 늘리고,지수가 상승했다면 0.2%까지 줄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매년 목표 수익률(1년 이내 10%,2년 이내 20%,3년 이내 30%)이 달성되면 투자 대상을 주식에서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동 전환한다.

거치식으로 목돈을 맡기면 적립식 펀드처럼 알아서 투자 시점을 분산해 주는 펀드도 나왔다. '한국투자전략분할매수'는 고객이 투자한 자금으로 총 9번에 걸쳐 주식을 분할 매수한다. 매수는 가입한 뒤 한 차례,4개월에 걸쳐 매달 두 차례씩 이뤄진다. 주식 편입 비율과 매수 시점은 펀드매니저가 시황을 분석해 적절하게 결정한다. 그러다가 주식 편입비중이 85% 정도가 되면 일반주식형으로 운용된다.

박희대 삼성자산운용 채널영업 팀장은 "변동이 심한 장세에서는 개인들이 투자시점과 환매시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적립식과 거치식의 경계를 허문 펀드들은 특히 목돈은 있어도 부동산이나 직접 주식투자는 꺼려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자산가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발상의 전환은 기본

고정관념을 깬 신규 펀드도 있다. 지난 3일 선보인 '신영밸류우선주'는 유동성이 적다는 이유로 냉대받던 우선주에 주목했다. 투자금의 60% 이상을 유동성이 비교적 우수한 우선주에 투자한다. 보통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향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데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출시되는 'NH-CA프리미엄위험관리' 펀드는 투자 목표를 전향적으로 바꿨다. '고수익'보다는 '저위험'를 좇는 것.즉 투자의 위험 요인인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저가매수 고가매도'라는 불변의 법칙을 깨고 강세장에서 주식편입 비중을 높이고 약세장에서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을 쓸 예정이다.

박영수 NA-CH운용의 리테일&마케팅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중간에 손실을 많이 보더라도 나중에 회복하면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손실이 너무 클 때는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펀드는 연간 25~30% 수준인 증시의 변동성을 15%로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