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해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애플 본사에서 벅스와 엠넷, 소리바다 등이 서비스하고 있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한다는 통보를 하고 이날 관련 앱을 삭제했다.

삭제 이유는 벅스, 엠넷 등이 음원 구입에 사용하는 이동통신사의 소액 결제 방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벅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네오위즈인터넷 관계자는 “애플 본사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통사의 결제 방식이 애플의 정책과 상반된다는 요지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이통사를 통한 소액결제 대신 신용카드 결제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엠넷의 경우 휴대폰 결제 기능이 없는데도 앱스토어에서 삭제돼 업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엠넷미디어 측은 “이달 초 휴대폰 소액 결제 방식을 추가한 업데이트 버전을 앱스토어에 올려 승인절차를 밟았다가 심의가 보류됐지만, 기존 버전은 이런 방식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똑같은 휴대폰 소액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예스24′ ‘메가박스’ 등의 업체들은 아직까지 별 다른 제재 없이 앱스토어에 등록이 돼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조치가 겉으로는 결제 방식을 문제 삼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즉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 애플은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라라닷컴을 인수한 뒤 이달 말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라라닷컴의 인프라를 이용해 아이튠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조치가 영화예약, 출판 등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다른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있는 지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