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화려한 등장으로 대형 블루칩의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한지주와 KB금융 간 경합이 치열했던 '금융 대장주' 자리 다툼은 삼성생명을 포함해 3파전이 됐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가 시총 1~3위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LG화학 현대모비스 하이닉스 기아차 삼성전기의 시총 순위가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의 총체적 가치란 점에서 업종별 대표 기업의 변화 조짐도 엿보인다.

◆금융주 시총 순위 다툼 치열

지난 12일 상장 첫날 단숨에 시총 4위로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찬 삼성생명은 13일 1500원(1.32%) 상승한 11만55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3조1000억원으로 전날보다 3000억원 불어났다. 5위로 밀려난 신한지주는 4.04% 상승하며 삼성생명과의 시총 격차를 1조7000억원대로 좁혔다. KB금융은 작년 말 4위로 신한지주보다 2계단 높았지만 지난 2월 초 자리가 바뀌어 7위에 랭크돼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금융팀장은 "신한지주의 높은 수익성 개선이 주가에 본격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1분기에도 신한지주는 77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4대 금융지주 중 최대"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단숨에 금융업종 1위로 부상했지만 신한지주가 목표주가만큼 더 오를 경우 1위가 바뀔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생명 목표주가로 이날 종가보다 12% 높은 12만9500원을,신한지주는 25% 높은 5만6580원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삼성생명은 25조8720억원,신한지주는 26조7330억원이 된다. KB금융도 목표주가(6만9509원)까지 오르면 신한지주와의 시총 격차가 1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진다.

◆LG화학 · 현대모비스 '신흥 강자'

시총 상위 기업 중 최근 1년 사이 가장 약진한 종목은 삼성전기(49위→19위)로 30계단이나 뛰었다. 기아차(39→17위)는 22계단,하이닉스(24위→13위)는 11계단 올랐다. 시총 20위 이내 종목 가운데선 현대차가 1년 전 9위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LG화학(17위→8위)은 9계단 오르며 LG그룹 대표주로 떠올랐다.

현대모비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는 1년 전 시총 16위에서 9위로 높아지며 완성차 업체인 기아차(17위)나 정보기술(IT) 대표주인 LG전자(11위)를 앞질렀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품주인 모비스의 순위가 업종 대표 기업들을 웃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시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황이 부진했던 현대중공업이나 한국전력 SK텔레콤 KT 등은 순위가 밀렸다. IT와 자동차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때문이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빅3 중 포스코와 현대차 간 시가총액 격차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앞선 상대를 빠른 속도로 추격해가는 종목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말 27조원에 달했던 포스코와 현대차의 시가총액 격차는 이날 현재 8조6652억원으로 줄었다. LG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12위) 역시 시총 격차가 2435억원에 불과해 순위 역전 초읽기에 들어갔다. 황 연구원은 "시가총액 순위가 점점 높아지는 종목이 결국은 올해 대미를 장식할 종목이 될 것"이라며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