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유엔 조달시장 진출은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36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유엔 조달시장은 마진이 높고 대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각광받고 있지만 한국은 소외돼 있다.

13일 유엔본부 조달국(UNPD)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엔 산하기관이 발주한 조달금액은 2004년 65억2600만달러에서 2008년 135억94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한국기업의 납품은 3255만달러로 전체의 0.24%에 불과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의 성적표라 하기에는 초라하다. 세계 11위 규모인 한국의 유엔분담금 납부율이 2.17%에 달하는 것에 비해서도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유엔 조달시장에 한국기업의 진출을 돕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외교통상부는 중소기업들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연 2회 유엔 조달시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2007년 5160만달러로 전체의 0.51% 규모였던 한국기업의 납품은 2008년 3255만달러(0.24%)로 줄었다.

한국기업의 성과가 부진한 것은 유엔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벤더)로 등록한 기업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UNPD의 4월 자료에 따르면 벤더 등록절차를 마친 한국업체는 58개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업체는 조립식구조물 업체인 캬라반ES 등 10개 내외에 불과,이들 업체의 수주 실적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 조달시장에 한국 중소기업들이 더욱 많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교부와 KOTRA 등으로 분산돼 있는 정부의 지원절차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조달시장 전문가인 백정흠 해외조달컨설팅 대표는 "교육 벤더등록 마케팅 입찰까지 조달 전 과정의 업무가 하나로 일원화된 토털 패키지가 중소기업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