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얼어붙었던 벤처업계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대기업들이 신생사 인수 · 합병(M&A)에 뛰어드는가 하면 벤처사들의 기업공개(IPO)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성장성이 뛰어난 신생기업이 벤처 자금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또 한 번의 붐이 조만간 일 것으로 보인다.

12일 벤처조사업체인 벤처소스에 따르면 5월 들어 첫째주에만 벤처 자금이 투입된 15개 기업의 주인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벤처기업 경영권 손바뀜이 가장 활발했던 한 주였다고 벤처소스 측은 설명했다. 올 들어 기업을 공개한 벤처기업은 파이낸셜엔진,텐전 등 14개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8개사,2008년 7개사가 상장된 데 비춰 벤처업계 상장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업공개를 위해 증권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한 곳도 수십개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노르웨스트벤처파트너의 프로모드 헤이크 벤처투자자는 "이런 현상은 1999년,2000년 이후 좀체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르웨스트는 올 들어 5개의 벤처투자회사를 매각했다. 그 중 소프트회사인 '캐스트 아이언 시스템'은 IBM에 팔았다. 회사 측은 매각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비디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옴니온은 3억달러가량에 하모닉사에 넘어갔다.

벤처기업이 상장되거나 인수되면 벤처투자업계는 투자금에 수익을 얹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그 자금으로 또 다른 신생사에 투자하게 되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분기 벤처투자업계는 투자회사 매각을 통해 39억6000만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공개를 통해 7억108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작년 1분기에는 상장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부문별로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분야가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소스 집계에 따르면 1분기 77건의 벤처회사 매각 중 28건이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IT업체들도 모바일 광고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신약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의약 및 건강 관련 업체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회사의 기업공개 및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선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때까지는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벤처스의 데이브 타보스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 들어선 장기 투자한 벤처회사의 지분 일부를 나누어 파는 식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