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 서코스 7번홀.파4홀이지만 레귤러티 길이는 250야드에 불과하다. 특히 그린이 티잉그라운드보다 아래에 있는 내리막이어서 웬만한 사람들은 '원 온'을 노린다. 골퍼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티샷을 하지만 볼은 그린 옆 벙커나 오른쪽 경사진 러프에 떨어지기 일쑤다.

남자 골프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6월17~20일)에서는 이곳처럼 '위험-보답'이 확실한 홀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13일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골프협회(USGA) 경기규칙분과위 선임이사의 말을 빌려 "US오픈에서는 드라이버샷을 곧바로 그린에 올릴 수 있는 짧은 파4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US오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GL에서 열린다. 타이거 우즈가 10년 전 대회에서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 타수차(15타)로 우승한 곳이다. USGA가 파5홀을 파4홀로 개조하는 등 파에 비해 길이가 긴 홀을 셋업하는 것은 흔했지만,300야드를 조금 웃도는 파4홀을 셋업하는 것은 드물었다. AP통신은 "선수에게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고,위험-보답에 따라 스코어 진폭을 크게 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파4홀에서 티샷이 그린에 올라가면 이글 · 버디가 가능하지만,그린을 벗어나 깊은 벙커나 러프에 빠지면 보기나 더블보기도 나올 수 있어 '변별력'이 높아진다.

USGA는 기존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서 원 온이 가능한 파4홀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길이가 331야드(약 301m)인 4번홀이 후보 중 하나다. 이 홀은 오르막에다 그린이 작고,벙커가 에워싸고 있다. 그린 오른편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절벽이고 뒤편은 계곡이다. 바람이 변수이나 '300야드의 장타력'과 '정확성'을 지닌 선수들은 한번 도전해 보라는 의미다.

USGA가 US오픈에서 원 온이 가능한 파4홀을 셋업한 것은 몇 해 전부터다. 2006년 윙드풋GC 6번홀(321야드)을 시작으로 그 이듬해 오크몬트CC에서는 2,17번홀이 그랬다. 2008년 토리파인즈GC 남코스 14번홀도 티잉그라운드를 당겨 짧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장타자'들이 원 온을 노릴 수 있는 파4홀이 늘고 있다. 제이드팰리스CC 1번홀,해슬리나인브릿지 13번홀,스카이72CC 하늘코스 2 · 13번홀,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 9번홀,남서울CC 12번홀,화산CC 6번홀 등이 그런 예다. 또 두 번 만에 그린에 당도할 수 있는 파5홀도 느는 추세다. '긴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를 보여주는 이런 홀은 골퍼들에게 재미와 도전의식을 동시에 선사한다. 올 US오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