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얼굴'로 동물을 내세운 회사들이 벌여온 법정 분쟁이 대법원 판결로 잇달아 종결됐다. 악어(라코스테 vs 크로커다일),개(던필드 vs 빅토리아시크릿),곰(잭 테일러 vs 잭 니클라우스) 등이 그것.비슷비슷한 모양 때문에 시작된 분쟁이어서 다른 동물 브랜드 기업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듯하다.

악어 모양 상표를 사용하는 프랑스 라코스테(라꼬스뜨)사와 싱가포르 크로커다일사의 '악어 전쟁'이 라코스테의 '일단 승리'로 정리됐다. 라코스테가 크로커다일을 상대로 낸 등록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크로커다일의 손을 들어주었던 원심을 최근 파기환송했다.

두 회사는 1983년 모든 소송을 종결하는 대신 공존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크로커다일 상표의 국내 사용권자들이 '크로커다일' 문자 부분을 잘 보이지 않게 해 초록 악어를 부각시킨 형태로 상표를 활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원심은 크로커다일 상표의 국내 사용권자들이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등록 취소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크로커다일이 사용자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히 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라코스테에 승소판결했다. 원심에서 대법원 판결대로 판결하면 국내 사용권자들이 사용하던 초록악어의 등록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운호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용권자들이 상표를 부정하게 사용했을 때 상표권자의 감독 의무를 정한 첫 판례"라고 말했다. 상표법은 사용권자가 타사의 상표와 유사한 것을 사용해 수요자가 혼동을 느끼게 하는 경우 상표등록취소 사유가 되지만,상표권자가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에는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국내 사업자의 상표와 국내시장에 진입하려는 해외 사업자의 상표권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란제리로 유명한 미국 여성의류업체 빅토리아시크릿과 국내 회사 던필드는 '개'를 두고 싸움을 벌였다. 빅토리아시크릿이 우리나라 시장 진입을 위해 '핑크독' 상표를 등록하자,던필드는 "우리 회사의 개 도형 상표와 유사하다"면서 상표등록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두 회사의 분쟁은 대법원이 지난 3월 빅토리아시크릿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던필드의 승리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에는 곰을 둘러싼 분쟁의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외국 골프상품 브랜드 잭 니클라우스(니클로스 컴퍼니즈 엘엘씨)가 국내 의류 브랜드 잭 테일러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잭 테일러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교선 변호사는 "이는 국내 사업자의 상표와 새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해외 사업자의 상표권 분쟁의 사례"라며 "승소한 쪽이 상표사용금지청구소송을 해서 이기면 상대 기업은 상표를 쓰지 못하고,판매금지를 청구할 수도 있어 해당 기업에는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