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좋으면 세금 깎아준다"…그린카 경쟁 급가속
국내 한 대형 자동차회사 상품개발팀은 요즘 정부의 자동차 관련 세제개편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료효율이 좋은 자동차의 세금을 깎아주는 세제개편이 또 한차례 업계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기름값까지 뛰고 있어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경 ·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77년 도입된 배기량(cc)에 따른 자동차세 과세기준이 연비로 바뀌게 되면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체 경량화와 직분사 엔진 등을 통해 연비를 대폭 개선한 신차를 앞다퉈 선보인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부터 연비 나쁘면 중과세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연비가 좋은 차량에 대해 자동차 관련세금을 깎아주는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기름을 적게 먹는 차에 대해선 세금을 깎아주되 연비가 나쁘면 세금을 더 매기겠다는 구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일 "차체 무게와 변속기 종류,유종 등 연비나 ??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것"이라며 "연내 자동차세 개편안을 마련한 뒤 곧바로 시행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세는 단순히 배기량(cc) 기준이다. 800㏄ 이하 차량(비영업용 기준) 소유주는 ㏄당 80원,1000㏄ 이하 100원,1600㏄ 이하 140원,2000㏄ 이하 200원,2000㏄ 초과 220원 등을 매년 내야 한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3.3을 운행하면 매년 73만5240원씩 납부하는 식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배기량 대신 연비나 ?? 배출량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를 달리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2000cc 이하 승용차에 대해 차값의 5%,이를 초과하면 10%의 세금을 각각 매겨왔다.

제도가 개편되면 1000cc 안팎의 경차나 소형차,내연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연료 효율성이 좋은 경유차 등에 대한 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행안부는 전기차의 경우 연 2만(영업용)~10만원(비영업용)으로 자동차세를 통일하기로 했다.
"연비 좋으면 세금 깎아준다"…그린카 경쟁 급가속
◆직분사 엔진 · 하이브리드…연비 경쟁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량 중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다. 공인연비가 ℓ당 29.2㎞에 달한다. 지난달 말 평균 휘발유 가격(1736원4전)을 기준으로 연간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연료비가 89만원 선이다. 두 번째로 기름을 덜 먹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112만원)보다 연 23만원을 아낄 수 있다. 현대차 베르나와 기아차 프라이드 역시 가벼운 차체에다 경유를 연료로 쓰고 있어 '고효율차 톱5'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은 적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신차를 쏟아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오는 8월 1.6ℓ짜리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비를 현행 모델(15.2㎞/ℓ)보다 10% 이상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역시 포르테에 똑같은 엔진을 달기로 했다.

혼다 코리아는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인 인사이트를 11월께 선보인다. ℓ당 25㎞ 안팎의 연비를 낼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MW 코리아는 하반기 중 '액티브 하이브리드 X6'와 '액티브 하이브리드7' 등 2종의 하이브리드카를 내놓는다.

현대차는 10월께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 뒤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쓰는 K5 하이브리드를 개발 중이다. 연비는 ℓ당 20㎞ 정도로 예상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