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제2 키코 사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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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원 · 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이러다가 키코(KIKO) 사태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키코 사태의 뿌리는 200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그해 말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달러화가 제2의 통화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위기 국가인 미국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된 논거였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수출대금은 환율이 높은 연초에 원화로 바꾸고 수입결제와 해외송금은 되도록 늦추는 것이 유리하고,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그렇게 외환을 관리했다. 일부 은행이 권유했던 '키코'라는 환 관련 파생상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하긴 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환율은 거꾸로 크게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들어올 것이라던 외국인 자금은 대거 이탈했고,2008년 9월 이후에는 각종 위기설까지 겹쳐 그해 말 원 · 달러 환율은 1600선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을 기대한 외환관리는 실패했고,키코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는 의외로 크다. 지난 6,7일 이틀 동안 순매도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했다. 그 이전까진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내외로 하락하는 추세를 감안,올해 안에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일부 기업인 사이에는 이제부터 키코 가입에 따른 이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던 만큼 최근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상승폭 이상으로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외국 자금이 이탈하고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금융회사를 비롯한 투자주체들이 특정 사건으로 마진콜(증거금 부족현상)을 당하면 이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자금회수) 대상으로 어떤 국가를 선택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마진콜에 처한 금융회사들은 외부에서 긴급 자금 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처분해 응해야 한다.
이때 시장 상황을 보자.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 공급이 발생한다.
이런 시장에 금융회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 중국과 같이 경제 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 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회사들이 이런 국가들을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이들 국가는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는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이후 국내 기업들이 당한 '키코' 사태다.
이번에도 이틀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제부터는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이는 오히려 한국경제가 좋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사전 준비 차원에서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거나 최악의 상황이 지나면 국내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월 초 이후 모기지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자 외국인 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판다고 해서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고 한국경제의 매력도를 계속해서 키워 나가면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위기 극복 초반에는 외국인보다 앞서거나 외국인과 같이 주식을 사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살 만큼 위기 극복을 잘해 놓고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비관론에 젖어 뒤늦게 주식을 살 경우 최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지난해 3월 초 이후 주가 상승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키코 사태의 뿌리는 200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부분의 예측기관은 그해 말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달러화가 제2의 통화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위기 국가인 미국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된 논거였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수출대금은 환율이 높은 연초에 원화로 바꾸고 수입결제와 해외송금은 되도록 늦추는 것이 유리하고,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그렇게 외환을 관리했다. 일부 은행이 권유했던 '키코'라는 환 관련 파생상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하긴 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환율은 거꾸로 크게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들어올 것이라던 외국인 자금은 대거 이탈했고,2008년 9월 이후에는 각종 위기설까지 겹쳐 그해 말 원 · 달러 환율은 1600선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을 기대한 외환관리는 실패했고,키코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도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는 의외로 크다. 지난 6,7일 이틀 동안 순매도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했다. 그 이전까진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내외로 하락하는 추세를 감안,올해 안에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일부 기업인 사이에는 이제부터 키코 가입에 따른 이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던 만큼 최근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상승폭 이상으로 당혹스러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외국 자금이 이탈하고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금융회사를 비롯한 투자주체들이 특정 사건으로 마진콜(증거금 부족현상)을 당하면 이에 응하기 위한 디레버리지(자금회수) 대상으로 어떤 국가를 선택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마진콜에 처한 금융회사들은 외부에서 긴급 자금 지원이 없으면 보유자산을 처분해 응해야 한다.
이때 시장 상황을 보자.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재정위기가 발생한 국가들은 보유자산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초과 공급이 발생한다.
이런 시장에 금융회사들이 마진 콜에 응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더 팔아야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 중국과 같이 경제 여건이 좋은 국가들은 팔려는 사람이 적고 사려는 사람이 많아 초과수요가 발생하거나 최소한 위기가 발생한 국가보다 수급 사정이 좋다.
이 때문에 마진 콜을 당한 금융회사들이 이런 국가들을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고,이들 국가는 당초 기대와 달리 외국자금의 이탈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는 뜻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이후 국내 기업들이 당한 '키코' 사태다.
이번에도 이틀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제부터는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떠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이는 오히려 한국경제가 좋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사전 준비 차원에서 디레버리지 대상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거나 최악의 상황이 지나면 국내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월 초 이후 모기지 사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자 외국인 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판다고 해서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고 한국경제의 매력도를 계속해서 키워 나가면 나중에 더 좋은 결과가 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위기 극복 초반에는 외국인보다 앞서거나 외국인과 같이 주식을 사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살 만큼 위기 극복을 잘해 놓고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비관론에 젖어 뒤늦게 주식을 살 경우 최근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지난해 3월 초 이후 주가 상승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