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중단토록 강한 압박을 넣으면서도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과는 천안함 사태의 진상규명과 대응을 놓고 한치의 오차 없이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한 직후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3일 미 국무부는 "그의 방중 언론보도를 봤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미국은 하지만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회담이 임박해지자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도발하지 말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지난 4일 입장 표명이 그렇다. "침몰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천안함 사태에 대해 조심스러워했으나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 김 위원장을 초청한 중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고민스러운 것은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 복귀를 전략적으로 선언하고,천안함 침몰 원인규명 작업이 길어질 경우다. 한국 정부는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선 천안함 조사,후 6자회담 재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동의하는 듯한 분위기이지만 6자회담을 마냥 내팽개쳐둘 수는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주도한 뒤 미국의 보유 핵무기 숫자까지 공개하면서 핵무기 제거와 핵 확산 방지에 속도를 내던 터였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진행 중인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끝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민이 다분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미국이 자칫 천안함 조사와 6자회담 재개라는 '투 트랙'을 택했다가는 한 · 미 공조를 깨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위험도 없지 않다.

피터 벡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 · 태평양센터 연구원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한국과 미국에서 군사적 대응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그때쯤 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조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지,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