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흘째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책임있는 당국자 중 누구도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고 있어 중국의 속내를 명쾌하게 알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을 전후로 한 움직임을 보면 중국은 '북한 6자회담 복귀'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미국 워싱턴에서 NPT(핵무기비확산조약) 검토회의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 직전인 4월 말에는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화를 통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논의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문제를 분리대응키로 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고 지적했다. "양국 사이에는 천안함 말고도 많은 문제가 있다"(베이징대 진징이 교수)는 말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어떤 변수가 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 간의 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은 주요 의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예 논의대상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양측 모두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선 골치아픈 사건을 일부러 건드릴 이유가 없고,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먼저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물론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주고 받을 수는 있지만 중국 측이 적극 평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다시 끌어들여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6자회담 복귀를 유인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원조라는 보따리를 풀 준비도 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중국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반응에 대해 상당히 기분 나빠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중-미,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천안함 문제에 대해선 침묵으로 중립을 표명하되 6자회담 복귀 유인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