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일각에서 물가 변동에 맞춰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6월 국회 때 소득세 물가연동제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입법조사처에 법안 심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5일 밝혔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물가가 오르면 과표구간도 일정 비율 높게 조정해 세부담을 줄여주고,반대로 물가가 내리면 그만큼 과표구간을 낮춰 세금을 더 걷는 제도다. 유 의원은 "물가가 상승해 명목소득이 증가할 경우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으며,미리 정해진 일정한 원칙에 따라 소득세제가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집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득세를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을 아직까지 시행한 적이 없다. 다만 매년 소득세법을 개정,소득세율 인하와 공제확대 등을 통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정도였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조세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납세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며 "물가 변화에 따라 소득세 조정이 필요하면 세법을 탄력적으로 개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는 대신 각종 공제를 확대하고 소득세율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세부담 경감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만큼 구태여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사실상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세연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 등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처럼 누진적인 소득세제 하에서 과표 구간의 기준금액이 고정돼 있는 경우 명목소득의 증가는 납세자를 세율이 보다 높은 과표 구간에 속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제 또한 한도가 정해져 있어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증가하면 총소득 중 공제를 통해 비과세되는 금액의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의 소득세 물가연동제 법안은 여당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근로자를 위한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 차원에서도 2008년 4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산서민층 및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유 의원의 법안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들도 과세구간,세율,공제 등 적용 범위는 다르지만 소득세를 물가에 부분 혹은 완전 연동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