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애플을 들먹이며 그 성공요인을 말하기에 바쁘고,애플을 따라하지 않는 기업은 금방이라도 도태될 것처럼 주장한다. 마치 '애플의 경제'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란 없다. 애플의 성장이 눈부실수록 '애플 리스크'도 그만큼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애플의 폐쇄성이 껍질을 벗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기의 폐쇄성,운영체제의 폐쇄성이 지금까지는 애플의 경쟁력이었지만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두 번째,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과 어도비의 갈등은 애플의 욕심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애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약관을 고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환경을 통제할수록 그런 사례는 더욱 빈발할 것이다.

세 번째는 법적 리스크다. 최근 애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이 반독점법 위반이 아닌지 미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그만큼 독점시비도 많아질게 분명하다.

네 번째, 애플의 로드맵은 더 이상 베일에 가려져 있지 않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TV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경쟁자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다섯번째, 애플의 적들이 불어나고 있다. 애플의 전략은 시장점유율이 커질수록 적들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동지적 관계였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경쟁자로 돌아서고 있다.

여섯번째는 구글이 변수다. 폐쇄든, 개방이든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폐쇄적인 구글이 애플 경쟁자들을 끌어들일 여지를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구글이 "사악하지 않겠다"는 기업이념을 확실히 하면 연합군은 더 커질 것이다.

일곱 번째, 애플은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고, 개발자에게 이익의 7을 주는 파격적 공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시장은 그런 걸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애플이 먹는 이익의 3은 과연 공정한지, 이익만 공유하고 실패위험은 다 떠넘기는 것이 옳은지 새로운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여덟 번째, 저마다 고객을 말하지만 고객의 충성과 변덕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애플의 고객이 언제까지 애플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아홉 번째, 모두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호환성이 커지고 평준화 단계에 들어가면 더 경쟁력 있는 가격에,더 좋은 제품을,더 빨리 공급하는 하드웨어가 다시 이슈로 등장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애플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동시에 애플의 결정적인 리스크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결국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애플은 이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지, 또 애플의 경쟁자들은 이 리스크에서 올 수있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나설지, 그것이 향후 관전 포인트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