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에 사자 두 마리가 석등을 받쳐 든 높이 17m의 등이 불을 밝혔다. 부처님오신날(21일)을 앞두고 국보 제5호인 법주사 쌍사자석등을 본떠 한지로 제작한 봉축등이다. 각자 마음의 지혜를 밝히고 세상을 환하게 하자는 뜻을 담은 봉축등 점등과 함께 불교계는 서울 전역에 5만여개의 가로연등을 설치하는 한편 연등축제 등 다양한 축하행사를 연다.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 하는 세상'을 표어로 내건 불교계는 오는 14~16일 약 30만명이 참여하는 서울 지역 연등축제를 연다. 14~23일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전통등 전시회가 열리고,주말인 15일 오후 7시부터 인사동과 견지동 조계사 앞길에서 연등놀이가 진행된다. 일요일인 16일 오후 2시에는 외국인을 위한 등 만들기 대회도 연다.

연등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6일 오후 6시부터 펼쳐지는 연등행렬.동국대 운동장에서 280여개 사찰과 단체 소속 불자 1만5000여명이 저마다 제작한 연등을 들고 동국대~동호로~퇴계로~동대문~종로거리를 거쳐 종각역 보신각 앞에 집결,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연등행렬 이후에는 17~23일 종각과 광화문 광장에 연등이 전시되고 전국 사찰에서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모금행사가 펼쳐진다.

외국인 참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인 33관음성지순례단 400명을 비롯해 네팔,미얀마,태국,캄보디아,스리랑카,대만,몽골,티베트에서도 연등축제에 참여한다. 또 천안함 사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문구를 단 연등을 거리 곳곳에 배치한다.

불교계 지도자들은 미리 발표한 법어를 통해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고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조계종 법전 종정은 '본래는 범부(凡夫)도 성인(聖人)도 아니고 이름도 없었으나 어둠에 미혹하여 중생이 되고 부처가 되었으니 오늘은 얽매임에서 벗어나 무위진인(無位眞人)을 이룩하여 모든 중생이 부처로 태어나자"고 강조했다.

천태종 도용 종정은 "삼라만상 모든 존재가 서로 서로 의지하듯 좋은 인연을 맺으면서 봉축의 기쁨 나눌지니 실의와 아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을 위해 등불을 밝히라"며 자비 실천을 호소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