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공모로 관심을 모은 삼성생명 청약이 3일 시작됐다.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에서 동시에 시작된 청약은 첫날부터 6.5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열기를 내뿜었다.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삼성생명 공모에 대거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밀려드는 고객을 응대하느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청약을 고려 중인 상당수 투자자들은 첫날 분위기를 살피며 청약 규모를 다시 저울질하는 등 눈치작전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통상 공모주 청약이 마감일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은 당초 예상했던 20 대 1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역대 최고 자금이 몰렸던 1999년 KT&G의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첫날 3조원 몰려

이날 오전 8시 객장 문이 열리면서 삼성생명 주식을 청약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2시간 만인 오전 10시에 신한투자와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배정 물량을 다 채웠다. 오전 11시에는 6개 증권사 모두 경쟁률이 1 대 1을 넘어섰다.

첫날 마감 결과 청약자금은 3조1820억원으로 경쟁률 6.51 대 1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는 우리투자증권이 10.22 대 1로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삼성(8.31 대 1) 동양종금(7.88 대 1) KB투자(7.50 대 1) 신한투자(6.82 대 1) 한국투자(4.23 대 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삼성증권으로 가장 많은 9439억원이 들어왔다.

이한용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장은 "평소보다 방문 고객이 크게 늘어 직원 모두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며 "증거금 기준으로 1억원 안팎의 고객이 많았고 간혹 5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들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유직열 삼성증권 정자역지점장은 "첫날부터 경쟁률이 높게 나오자 배정 물량이 기대보다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공모는 마감일 오후에 절정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라면 30 대 1 이상의 경쟁률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온라인을 통한 청약도 늘었다. 신한투자의 경우 온라인 비중이 금액 기준으로 60%를 차지했다.

증권사별 배정 물량은 한국투자증권이 309만9510주로 가장 많고 신한투자(223만8535주) 삼성(206만6340주) 동양종금(86만975주) 우리투자 · KB투자(각 31만1062주) 순이다. 투자자별로 배분되는 주식 수량은 청약 증권사별 경쟁률에 따라 정해진다.

◆'삼성 프리미엄'이 자금 끌어들여

첫날부터 높은 경쟁률이 나온 만큼 4일 최종 경쟁률은 당초 예상했던 20 대 1을 웃돌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날 경쟁률은 과거 생명보험주 공모 때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다. 올해 3월 대한생명의 경우 첫날 0.92 대 1에 그쳤다가 둘째날 대거 자금이 몰려 최종 경쟁률이 23.7 대 1에 달했다. 생보주 1호 상장인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의 경우에는 첫날 1.46 대 1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일반 공모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것은 1999년 9월 KT&G 공모청약 때의 11조5768억원이다. 삼성생명의 최종 경쟁률이 24 대 1이 되면 증거금 11조7312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그룹의 주력 금융회사라는 프리미엄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며 "한국에 투자하지 않던 일부 해외 연기금들도 중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청약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돼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11만원이란 공모가가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당수 투자자들은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청약에 나서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