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경제난에 기댈 곳 없는 北 "지원 늘려달라" 직접 찾아가 손 벌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정일의 3가지 목적
경협ㆍ6자회담 : '선물보따리' 최대한 받아내려 "원칙적 복귀" 선언 가능성
천안함 책임 회피 : "조사과정 신뢰" 中선언에 놀라…"美 날조" 강조 협조 구할듯
경협ㆍ6자회담 : '선물보따리' 최대한 받아내려 "원칙적 복귀" 선언 가능성
천안함 책임 회피 : "조사과정 신뢰" 中선언에 놀라…"美 날조" 강조 협조 구할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임박설(說)'이 무성했던 중국 방문을 3일 단행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 배경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우선 경제협력 문제다. 핵 실험 강행으로 인해 국제적인 제재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은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다. 여기에 천안함 침몰 사고까지 겹쳤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 북 · 중 최고 지도자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는 곧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침묵 중인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립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내밀하고 깊은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해왔다. 북한은 중국 측이 강력하게 요구해 온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시그널을 주고,중국은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이번 김정일 방중의 핵심 아젠다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협과 6자회담
중국의 경제협력 제공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패키지'로 엮여 있다. 북한과 중국이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딜'의 최우선 목록으로 꼽힌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 나선 최우선 목적은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경협 선물 보따리'를 받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6자회담 복귀 문제와 관련,중국 측에 어느 정도 수준의 답변을 줄지가 관심사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의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를 연계해서 특구를 만드는 등 경협과 관련한 진전된 논의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하자원 개발에 본격 착수하기 위해 중국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는 문제도 아젠다에 들어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으로선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측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줄이 말라 '대안 확보'가 시급해졌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 경협이 위축된 이후 중국에 동북지역 개발 확대 계획과 연계해 북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타진해왔다"고 지적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과정에서 북 · 중은 경협 및 6자회담과 관련된 모종의 주고받기,즉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입장에선 경제난 악화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외 투자를 유치하는 등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북한과 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관건은 6자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 것이냐로 모아진다. 중국이 어느 정도의 경협을 제시할 것인지와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최소한 '원칙적인 6자회담 복귀' 정도의 언질은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김 위원장을 불러들인 것은 할 말이 많아서일 것"이라며 "북한에 6자회담 복귀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진전된 발언을 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시기를 못박는 등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나올지는 미지수다. 자칫 '선언'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천안함 사고로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논의를 중단시킨 것도 변수다. 북한으로서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이 북한에 풀어놓을 경협 보따리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북한이 진일보한 자세를 보인다면 적지 않은 선물을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이 국가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만강 유역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개발사업 범위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내륙에 투자할 곳이 많아 의미 있는 대규모의 대북 투자를 할 여건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천안함 협조 구할 듯
김 위원장이 전격 방중하면서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그의 입에도 눈길이 쏠린다. 천안함 침몰 이후 수세국면에 몰렸던 김 위원장이 혈맹관계인 중국을 방문,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한 소행설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교수는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한 · 중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태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 북한에 큰 자극이 됐다"며 "김 위원장은 방중을 통해 자신들이 천안함과 무관함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해왔던 중국이 한국과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북한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6자회담과 천안함 사건을 따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향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조치에 대비해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중국은 남북간의 상반된 주장을 토대로 6자회담과 천안함 사건을 '투트랙'으로 끌고가는 쪽으로 구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천안함 사고를 듣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고 있는 중국이 천안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우리 측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은 이를 수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영식/장성호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