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이 계속되면서 주요 블루칩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연일 치솟고 있다. 대형주 쏠림현상이 심해져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었던 2007년 10월보다 높아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29일 현재 33.01%로 전월 말 대비 0.5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7년 10월12일 33.09%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다. 작년 말 32.65%였던 외국인 보유주식 비중은 올 2월5일 32.26%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석달여 만에 33%를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0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대거 '사자'에 나서면서 주요 종목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47.71%였던 외국인 보유주식 비중이 48.97%로 높아졌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 돌파를 앞두고 있던 2007년 7월5일(48.98%) 이후 3년여 만에 최대치다.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을 회복하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는 이미 그때를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작년 3월 이후 외국인들이 IT(정보기술)주와 자동차주 위주로 '편식'을 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보유비중이 직전 고점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수 자체에 대한 부담은 덜 느껴지는 상황이어서 외국인 지분이 전 고점을 넘어선 종목들은 향후 추가적인 비중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의 주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점에서 이들 종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외에 LG전자하이닉스 등 IT주 대부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년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2007년 10월 7.4%에 불과했던 외국인 비중이 21.1%로 3배가량 급등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36.5%에서 39.0%로,LG화학은 22.0%에서 28.7%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졌다. 반면 포스코(49.4%)와 현대중공업(18.6%)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오히려 1.8%포인트와 2.0%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율 변화는 외국인의 호불호(好不好)와 함께 향후 증시를 주도할 업종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 밖에 최근 3년간 외국인 보유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종목은 동양제철화학(13.5%→30.0%),LG(21.2%→34.2%),휴켐스(0.8%→12.4%) 등이 있다.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사상 최고였던 2004년 4월보다 지분율이 높아진 종목들도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웅진코웨이 등 줄잡아 30개사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2004년 6.2%에 머물던 외국인 보유비중이 37.8%로 여섯 배나 뛰었다. 웅진코웨이도 12.8%에서 45.3%로 32.5%포인트나 올랐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