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코리안리재보험 본사 12층 대강당.267명의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7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원혁희 회장은 인사말에서 "앞으로 주주들이 필요로 한다면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과 본인의 제휴관계는 두 사람의 기력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회사를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 놓는 것을 생애 최대의 보람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임직원들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오는 7월14일 임기 만료되는 박종원 사장의 5연임은 이날 기념식에서 사실상 결정됐다.

박 사장은 29일 열리는 결산이사회에서 5연임이 확정되고 다음 달 27일 열리는 주총 이사회를 거쳐 6월1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다. 이로써 박 사장은 국내 금융회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5연임(15년 재임)이라는 대기록을 만들게 됐다.

박 사장은 재보험업계에서 경이로운 인물로 꼽힌다. 관료 출신(행시 14회)인 박 사장이 재정경제부 공보관을 끝으로 코리안리(당시 대한재보험) 사장으로 변신한 것은 1998년.그때만 해도 코리안리는 말 그대로 '부실덩어리'였다. 1997년에는 보증보험 부문에서 무려 381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재경부 관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리를 박 사장이 자원해 맡은 1998년에도 2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경영정상화에 전력투구해 그 해 37억원의 흑자를 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결과였다.

그로부터 12년.박 사장은 회사를 연 평균 12%씩 성장시키며 세계 13위,아시아 1위의 재보험사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취임한 후 1999 회계연도(1999년 4월~2000년 3월)부터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작년 3월)까지 코리안리는 모두 518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박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1963년 설립 후 35년 동안 고작 827억원의 누적 순이익만 기록했었다.

그에겐 '마법의 리더십'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코리안리의 구조조정 성공사례는 대학 MBA(경영학석사) 과정에서 사례연구로 활용되고 있다. 2009 회계연도에도 코리안리는 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의 성공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출근 첫 날부터 '낙하산'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다. 노조에서도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현재 박 사장의 위상은 취임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회사 주주들은 물론이고 노조에서도 붙잡는 CEO로 자리잡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