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여성 연기자 10명 중 6명이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5명은 유력 인사와 스폰서 관계 제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연기자 중 60.2%가 “사회 유력인사나 방송 관계자에 대한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27일 밝혔다.이 조사는 지난해 9~12월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기자 지망생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심층면접 조사에는 매니저 등 연예산업 관계자 11명도 참여했다.

조사에 응한 연기자의 45.3%는 술 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고,가슴과 엉덩이 등 몸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는 등 언어적ㆍ시각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연기자도 58.3%에 달했다.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을 듣거나 몸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는 대답도 각각 64.5%와 67.3%를 기록했다.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 요구와 성폭행 피해 경험 사례도 확인됐다.조사에 응한 연기자의 31.5%는 가슴과 엉덩이,다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행위 등의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직접 성관계를 요구받은 연기자도 21.5%에 달했고 성폭행과 같은 명백한 피해를 본 연기자도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성 접대 상대는 재력가,연출 PD 혹은 감독,제작사 대표,기업인,광고주,방송사 간부,기획사 대표,정관계 인사 등이다.인권위 관계자는 “연기자 지망생도 연기자만큼은 아니지만 성희롱과 성 접대 제의,술시중 요구 등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연기자의 55%는 유력 인사와의 만남 주선을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심층 면접 결과 스폰서 관계를 주선하는 만남은 연예계 주변에서 매우 일상적이고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실제로 경영이 부실한 한 기획사는 여성 연예인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때 해당 연예인은 기획사와 자신의 성공을 담보로 스폰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고 인권위는 전했다.인권위 관계자는 “관련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예경영 사업자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고 연예인협회와 같은 기구 등을 설립해 상담 창구 운영이나 멘토시스템 도입,인권교육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