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은 어릴 적 아버지와 북한산에 오르며 산과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85년 수원대 산악회에 입회하면서였다.

키154㎝, 뭄무게 50㎏의 가냘픈 체격이지만 대학에 다닐 때 대학산악연맹이 1년에 한 번씩 여는 마라톤 대회에서 언제나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체력을 타고났다.

피로 회복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고지대 적응 능력도 뛰어나 고산 등반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정신이 혼미해지는 8천m 이상 높이에서도 등정하고 내려올 때 힘이 달릴 것 같으면 단호하게 포기할 줄 아는 냉철한 판단력도 갖추고 있다.

고산 등반에 필수적인 육체와 정신적 조건을 갖춘 오 대장이지만 평소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보다는 산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 다른 사람보다 유난할 뿐"이라며 산에 대한 애정을 14좌 완등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대학 산악부에서 산과 사랑에 빠진 오 대장은 1993년 대한산악연맹이 낸 에베레스트 여성원정대 모집 공고를 보고 당시 다니던 서울시 교육청에 장기 휴가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이 원정대의 지현옥 대장과 김순주, 최오순은 그 해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8천848m) 정상에 발자취를 남겼지만 오은선은 당시 함께 갔다가 등반대장이 곧바로 내려오라고 해서 하산했다.

오 대장은 그로부터 꼬박 11년 뒤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단독 등정하면서 그때의 한을 풀었다.

첫 외국 원정의 아쉬움과 갈증으로 오 대장은 이후 더욱 고산 등반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원정에 드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던 오 대장은 스파게티 가게를 운영하거나 학습지 교사로 일해야 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지 못한 오은선은 1997년 가셔브롬Ⅱ에 오르면서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14좌 완등에 앞서 7대륙 완등을 먼저 목표로 삼은 오 대장은 2002년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 등정을 시작으로 이듬해 북아메리카대륙 매킨리에 올랐다.

2004년 한 해 동안 에베레스트 등 5개 대륙 최고봉을 연거푸 오르며 여성 산악인으로는 12번째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다.

오 대장은 14좌 중 두 번째로 오른 에베레스트 등반을 계기로 고산 등반에 필요한 경험을 얻었을 뿐 아니라 14좌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에서 그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2004년 에베레스트 원정 때 로프에 매달려 숨져 있는 동료 산악인 박무택을 보고도 정상에 올라간 것을 두고 매정하고 독하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2006년 시샤팡마, 2007년 초오유와 K2에 오른 오 대장은 2008년 5월 마칼루를 시작으로 2년 동안 매년 4개씩 8천m급 봉우리를 오르며 '철(鐵)의 여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최근 수년 동안 1년의 절반 이상을 히말라야에서 보냈지만 국내에 있을 때는 수영과 마라톤, 가벼운 등산 등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면서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해 왔다.

산에 빠져 40살이 넘도록 아직 독신인 오 대장은 "아직 산만큼 나를 사로잡은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14좌 완등 이후에는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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