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공모주로 몰리면서 증권업계 기업금융(IB) 담당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호황을 누린 회사채 인수업무 담당자들은 올 들어 기업 회사채 발행이 줄면서 울상을 짓는 반면,기업공개(IPO) 업무 담당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15조원으로 전년 대비 155% 급증했다. 그러나 올 들어 경기가 살아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줄어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2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김종우 대우증권 신디케이트부장은 "소매채권 영업을 하는 지점에선 지금도 회사채를 사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 물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태도도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졌다. 채권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발행자(회사채 발행 기업)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인수 주관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는 기업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선희 동양종금증권 이사는 "금리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여서 회사채 유통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로(채권 가격은 더 비싸게) 회사채를 발행해달라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경우 발행 과정에서 유통금리가 안 내려가면 증권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증권사가 회사채 인수업무를 맡으면 발행액의 0.3%를 수수료로 받는데 이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반면 IPO시장은 정반대 분위기다. 대한생명 삼성생명 등 대기업들이 속속 상장에 나서면서 올해 IPO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팀장은 "대어급 기업들의 IPO가 많다 보니 공모주펀드로 시중자금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공모주 청약도 덩달아 활기를 띠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용회 현대증권 상무는 "IPO업무를 담당했을 때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그대로지만 전체 공모시장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어 증권사들의 관련 매출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