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재원들이 전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일정은 말 그대로 강행군이었다. 15시간의 비행과 3개 매장 방문으로 캐나다 첫날 일정을 마친 그는 지쳐 보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캐나다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서 선전하고 있는 후배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일도 그의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 주재원이 소개했다.

토론토의 한 한국음식점.윤 사장 외에 서울에서 함께 온 김현석 TV개발팀장(전무),강봉구 마케팅전략팀장과 캐나다법인장을 비롯한 6명의 현지법인 실무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윤 사장에게 캐나다법인은 작은 법인이지만 의미가 있었다. 그는 "2년 만에 왔는데 잘하고 있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실제 그랬다. 올 들어 2월까지 캐나다 전체 TV 판매량은 10% 줄었지만 삼성 TV는 7%나 더 팔렸다. 점유율은 35%가 넘어 소니의 1.5배에 달할 정도였다. 이용일 법인장은 "더 많이 팔테니 물건만 제대로 공급해달라"며 1위 굳히기를 다짐했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일일이 폭탄주를 한잔씩 주며 토닥거렸다. 이상도 캐나다법인 TV담당 차장에게는 특유의 울릉도 억양으로 "상도야,그러니까 니가 더 큰 TV를 팔아야 한데이"라며 친근한 '압박'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판매경쟁의 최전선에 선 그들에게 사장과 차장은 그저 선후배 사이일 뿐이었다.

한 직원은 "윤 사장과 일하다 보면 실무자들을 직접 찾아 상황 설명을 들은 뒤 대안을 제시해줄 때가 많다"며 "이런 때는 정말 함께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리더십은 함께 생각하고 직위보다는 일 자체를 중요시하는 데서 나온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