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간판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서 1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은 40%가량이 시장 컨센서스(예상 평균)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냈다. 실적이 부진한 '어닝쇼크(실적 충격)' 업체를 포함하더라도 기업들의 총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6% 이상 많았다. 국내 증시는 이처럼 내부 실적 모멘텀이 가동되면서 그리스 재정위기와 골드만삭스 제소 등 외부 악재에도 1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역으로 어닝시즌 이후에는 상승 탄력이 약화되면서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실적 발표기업 중 37.8% '어닝서프라이즈' 25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잠정실적을 공개한 37개 상장법인의 1분기 본사 기준 영업이익은 총 6조9천91억원으로 컨센서스 6조5천24억원을 4천67억원(6.3%) 웃돌았다. 분석 대상 기업은 3개 이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본사 기준으로 실적전망치를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14개 상장사가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상장사 10곳 중 4곳꼴로 깜짝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본사 기준)은 7천27억원으로 예상치 평균인 5천729억원을 1천298억원(22.7%)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신차 판매 등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과 순이익 등을 포함해 실적 전반이 호전됐다. 삼성전기는 영업익 1천191억원으로 컨센서스인 511억원의 갑절에 달했다. 녹십자도 컨센서스보다 244억원(38.2%) 많은 884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예상치인 786억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현대중공업도 1분기에 사상 최대인 8천8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세계 조선업계의 부진 속에서도 예상치를 33.0% 웃도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 대부분의 국내 간판 기업들도 어닝서프라이즈에 준하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10% 이상 적은 영업이익을 낸 '어닝쇼크' 업체는 6곳으로 전체의 16.2%에 불과했다. 46억원 흑자가 예상됐던 SBS는 정작 9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S-Oil과 효성, 삼성물산 등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깜짝실적이 쏟아져 나오며 실적 호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2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지수 19개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9개사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업종 대표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는 물론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깜짝실적'에도 주가는 제자리…"1분기 어닝시즌 이후 모멘텀 공백"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미국에서도 깜짝실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주가지수 흐름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적자, 중국의 긴축, 미국 금융규제안 이슈 등이 최근 재부각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과 '시소게임'을 펼친 탓이다. 코스피지수는 23일 종가 기준 1,737.03으로 11주 연속 상승세에도 어닝시즌 전보다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데다 이러한 실적 모멘텀이 향후에도 이어질지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계속해서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 8%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돼 상승 탄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부동산 과열과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2분기 중 위안화 절상 또는 금리인상 등의 긴축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2, 3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최근 점진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어닝시즌 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예상했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은 "3월 들어 하락세를 보였던 2, 3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3월 말부터 점진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다"며 "또 미국 기업도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국내외 기업 실적 모멘텀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1분기 어닝시즌 이후 대외 불안요인에 따라 증시는 숨고르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둔 실적 호전주(株)를 중심으로 저가매수 탐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익재기자 ij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