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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승기] 벤츠 '뉴 E클래스' vs BMW '뉴 5시리즈'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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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생겨난 지도 한참이다. 벤츠가 1926년, BMW가 1928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으니 80년 넘게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을 펼쳐온 셈이다.

    이들이 출시하는 차량 라인업도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경쟁모델들로 구성돼 있다. 벤츠의 주력차종이 컴팩트세단인 C클래스와 중형세단 E클래스, 기함(플래그십)인 S클래스라면 BMW에는 3-5-7로 이어지는 맞상대가 있다.

    이 중에서도 양사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게 중간급인 E클래스와 5시리즈다. 특히 벤츠의 '뉴 E300'과 BMW '뉴 528i'는 각자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도 국내 시장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세계 고급차 시장을 나눠가진 두 업체의 사운을 가르는 이들 차량은 7개월의 간격을 두고 신형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서도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젊어진' E클래스, '원숙해진' 5시리즈

    먼저 벤츠의 뉴 E300 엘레강스, 7년 만에 나온 신형이다. 차를 처음 본 순간 '젊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존 원형에서 각진 모습으로 바뀐 4개의 전조등과 날렵한 차체는 중후함을 강조하던 기존 모델과 판이하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곳곳에 장식된 유기발광다이오드(LED)도 눈에 띈다.

    다음으로 BMW의 6세대 5시리즈인 뉴 528i, 지난 2004년 출시 당시 '파격'이란 소리를 듣던 전세대에 비해 얌전해진 모습이다.

    크리스 뱅글의 뒤를 이어 디자인 총책임자가 된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는 편집증이 느껴질 만큼 차체 비례에 신경을 썼다. 측면은 물론 차량 앞부분의 전조등 배치,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와 유리창에 이르기까지 '황금 분할(1:1.6)'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몸집이 기존모델보다 훌쩍 커졌음에도, 차체를 보는 순간 탄탄한 완성도가 느껴지는 비결이다.

    ◆'중후한' 벤츠, '즐거운' BMW

    뉴 E300의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움직임이 묵직하다. 차분하게 몸을 일으켜 뛰쳐나갈 채비를 한다. 이전에 배기량이 더 높은 뉴 E350을 탔을 때도 그랬지만, 운전자보다 동승자를 배려한 승차감이다.

    속도를 좀 더 높여봤다. 과거 벤츠의 푹신한 승차감과는 다르게 노면 위에 달라붙어 적당히 단단해진 느낌을 준다. 속도가 올라가는 느낌도 제법 날카롭다. 오른발에 가해지는 힘에 맞춰 속도계는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없다. 군더더기 없이 차체 무게에 적당한 힘을 발휘한다.

    150km/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는 안정성이 돋보인다. 빠르게 달려도 흔들림 없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간다. 다만 엔진 성능이 기존모델인 8세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제동페달은 날카롭다. 서행 중 조금만 힘을 줘도 차를 앞으로 내리꽂듯 멈춘다.

    528i는 상대적으로 가속페달이 민감하다. 8단에 이르는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반응이 빠르면서도 부드럽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회전하는 6기통 엔진이라는 뜻에서 붙게 된 별칭 '실키 식스(Silky Six)'가 무색하지 않다.

    BMW가 추구하는 슬로건은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이다. 고급차 시장을 주된 무대로 삼고 있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데서 진가를 느끼도록 했다. 신형 528i는 조금 다르다.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과 차체 부품 하나하나가 한 몸이 되어 달리는 듯 한 일체감은 여전히 즐겁지만, 렉서스를 연상케 하는 정숙함이 당혹스럽다.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갈 때 귓가에 들려오던 맹렬한 배기음이 그리워진다.

    그러다가 차창에 비춰진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한 100km/h 안팎으로 달리고 있겠다 싶었더니 130km/h를 넘어서고 있었다. 기존 5세대(231마력·27.6kg·m)보다 높아진 동력성능(245마력·31.6kg·m)은 흡족하다. BMW는 모델의 세대교체 때마다 엔진 출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동페달을 밟자 부드럽지만 확실히 속도가 줄어든다.

    ◆편의사양 비교해 보니…

    벤츠의 내비게이션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해상도가 낮고, 터치 지원이 되지 않아 사용이 불편하다. BMW도 터치식은 아니지만 화면이 더 크고 해상도가 높아 위안이 된다.

    두 차종 다 주차보조 기능을 적용했다. 벤츠의 파크트로닉 시스템은 초음파로 주차공간을 파악한 후 진출입 각도와 운전대의 조향 각도를 조절해 준다. BMW의 파킹 어시스턴트도 이름만 틀릴 뿐 기능은 비슷하다. 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다는 차이가 있다.

    안전사양은 벤츠 쪽이 풍부하다. 뉴 E300의 '주의 어시스트' 기능은 운전자의 핸들 조작 성향을 파악한 뒤 졸음 운전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경고메시지를 보낸다. 주행 중 갑자기 제동하면 LED 브레이크등이 빠른 속도로 점멸해 뒤따라오는 차량에 상태 이상을 알린다. BMW는 차체 강성도를 높여 충돌에 대비한 탑승자 보호를 도모하고, 엔진후드 등 전면부에는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보행자 충격을 최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차체 크기는 BMW가 좀 더 크다. 뉴 528i는 길이 4899mm, 너비 1860mm, 높이 1464mm로 뉴 E300(4870mm x 1855mm x 1465mm)보다 높이만 1mm 낮다. 차량 내 주거공간을 좌우하는 앞.뒷바퀴간 거리도 528i가 2968mm로 E300(2875mm)보다 넉넉하다.

    경제적인 측면은 어떨까. 연비는 뉴 528i가 ℓ당 10.9km, 뉴 E300이 ℓ당 9.2km를 주행한다. 가격은 뉴 E300 엘레강스가 6970만원, 뉴 528i는 6790만원으로 180만원의 차이가 난다. 이들 차종의 수요층을 생각해 봤을 때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용호상박'을 방불케 하는 벤츠와 BMW의 대결구도에서 즐거운 건 소비자다. 앞 다투어 가격인하에 나선 것도 모자라 선택의 폭을 넓힐 전망이다.

    벤츠는 올해 E클래스 지붕개폐형(컨버터블)을 비롯,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고 가격은 낮춘 E200 CGI를 추가로 내놓는다. BMW는 5시리즈의 디젤(경유) 모델과, 해치백과 세단의 중간격인 '그란투리스모'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는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지만, 이들 차종의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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