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건물 칸막이 벽이 벽돌과 시멘트로 시공돼 한번 지으면 부수지 않고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정규수 삼우이엠씨 회장은 각종 산업 현장 사무실과 연구실에 사용할 수 있는 '움직이는 벽' 파티션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다. 핵심기술은 내장재로 쓰이는 재질의 허니컴구조(육각형 벌집구조)였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허니컴구조를 제작했지만 막상 사용해 주는 곳이 없었다. 그는 공사 현장부터 건축사무소까지 발품을 팔며 제품을 홍보해 자리를 서서히 잡아갔다.

그리고 미국 수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관계자들을 따라다니며 설득한 지 한 달여 만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주 만에 물량의 30%를 미국으로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제품 제작에만 2주가 걸려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 회장은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 생산을 앞당기고 완성품을 비행기로 운송해 납기일을 맞췄다. 그가 생산한 특수 기능 파티션은 반도체와 LCD 등의 클린룸 소재로도 활용됐다. 무균과 무정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클린룸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이 클린룸에 이 회사의 파티션을 사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반도체 신화를 일군 조력자였다.

MBC는 23일 오후 6시50분 '성공의 비밀'에서 33년간 국내 패널분야 1위를 지켜온 정규수 삼우이엠씨 회장편을 내보낸다. 반도체,LCD, PDP 등의 클린룸을 만들어 한국이 짧은 기간에 첨단산업 선두국가로 도약하는 데 역할을 한 기업인이다. 그는 1996년 중소기업인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성공의 비밀'은 앞서 한복 세계화에 앞장선 박술녀씨,양변기 부품 국내 시장 1위에 오른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의료진단 장비 소형화를 이룩한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버스 자동문 개폐기를 개발해 20여 개국에 수출한 전준식 다스코 회장 등 강소기업 창업주들의 성공 비결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