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한국은 원조를 받는 입장에서 원조를 주는 입장이 된 유일한 국가"라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개막식에 이어 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과 대담을 갖고 "G20가 세계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메이저 전 총리와 사공 위원장은 G20의 역할과 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야 할 의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공 위원장=G20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최고의 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메이저 전 총리=G20에서 합의한 내용을 각국이 실제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7개국(G7) 회의는 합의만 해놓고 실천은 하지 않은 게 많았다. 여러 가지를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 않다. 한국이 주최하는 G20 정상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면 한국에도 큰 영광이 될 것이다.

▼사공 위원장=G20에서 논의할 주제 중 하나가 국제 금융 규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도입하려는 이른바 볼커룰을 비롯해 은행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메이저 전 총리=금융위기를 통해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런 인식의 연장선 상에서 은행세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 중인 방식 중 자본 거래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거래세는 도입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

▼사공 위원장=일부에서는 G20가 G7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G20와 G7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메이저 전 총리=선진국만 참여하는 G7으로는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G20가 앞으로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최고의 논의기구가 될 것이다. G7이 과거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면 G20는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G20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사공 위원장=세계 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로 요약되는 글로벌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 간 이견이 커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환율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 전 총리=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절하(환율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면 이 또한 보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은 인류 공동의 과제다. 아시아 국가들이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공 위원장=국가 간 무역 분쟁이 생겼을 때 세계무역기구(WTO)가 조정을 하듯이 환율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에 분쟁 조정 기구를 만드는 것은 어떤가.

▼메이저 전 총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만 국가 간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결책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유승호/강경민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