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가 보험 광고 규제 강화의 유탄을 맞았다. 그동안 많게는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보험 부문에서 올려왔는데 올 들어 보험 광고에 대한 심의가 강화돼 보험 매출이 전년보다 20~40% 급락했다.

◆홈쇼핑 보험 매출 30% 이상 급감

20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GS샵의 올 1분기 보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으며, CJ오쇼핑의 경우 30~35% 줄어들었다. 롯데홈쇼핑 매출도 30% 정도 급감했다.

보험 판매 수익은 홈쇼핑 영업이익의 30~50%를 차지해 왔다. 홈쇼핑업체들은 보험사로부터 방송시간에 따른 수수료와 가입 계약당 매출 수수료를 받는다. 또 가입자가 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기간별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 특히 물류 · 배송비와 반품비용 등 각종 운영비도 들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하루 20~30개 상품을 파는 홈쇼핑사들은 많게는 5개까지 보험 상품을 편성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 들어 보험 판매 실적이 뚝 떨어지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9~20%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GS샵 관계자는 "방송시간대와 요일 등 제반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보험 가입상담을 위한 예약 전화 건수가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CJ오쇼핑 측은 "올 들어 경기가 풀리면서 패션 등 다른 분야 매출이 늘어서 다행이지,그렇지 않았다면 보험 매출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 등 5개 손해보험회사의 경우 홈쇼핑을 통한 초회(첫회) 보험료가 지난해 1분기 78억원에서 올 1분기엔 27억9000만원으로 64.2% 급감했고,삼성생명 대한생명 금호생명 흥국생명 AIA생명 등 생명보험 5개사도 35억8000만원에서 15억8000만원으로 55.9% 줄었다. ING생명은 올해부터 홈쇼핑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묻지도,따지지도 않고…" 표현 못써

보험 매출이 감소한 것은 보험 광고 심의가 강화된 탓이다. 지난해 홈쇼핑 통신판매 등을 통한 보험 불완전 판매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금융당국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에서 규제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올 1월부터 홈쇼핑 등을 통해 보험 광고를 할 때 △보험금 지급한도 및 지급 제한사항은 보장 내용과 동일한 형태 및 방법으로 안내할 것(자막과 음성) △약관상의 보험금 지급 사유,횟수 및 한도,감액 금액 등 세세한 부분을 필수적으로 노출할 것 등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크게 알려야 하다보니 광고를 할 수가 없다"며 "홈쇼핑 등 통신판매 비중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쇼핑사들은 보험상품 편성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이달까지 실적을 분석한 뒤 방송 편성시간이나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매출이 작은 중소형 보험사의 편성시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GS샵은 이달부터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살린 방송을 시도하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을 패러디해 스튜디오에 5명의 게스트가 출연,보험 혜택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GS샵 관계자는 "이 방송을 통해 매출이 평소 대비 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강유현/김현석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