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들이 기업공개(IPO) 자문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삼성생명 등 대어를 비롯해 중소기업까지 올해 사상 최대인 100여개 기업 총 13조원 규모의 상장이 진행될 전망이어서다. 과거에는 상장 기업이나 증권회사들이 IPO 과정에서 로펌에 자문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주주 집단소송제 등의 도입으로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IPO 자문 시장이 확대 일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로펌 가운데 IPO 자문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는 세종이 꼽힌다. 세종은 지난 1분기에 미국 블룸버그로부터 'IPO 인수단 측 자문 로펌' 부문에서 거래건수 기준으로 세계 1위(거래금액 기준 6위)를 기록했다.

세종은 올 들어서만 대한생명보험(증권사 자문)과 락앤락,한국지역난방공사의 유가증권 상장과 우리넷,에스이티아이,인포바인의 코스닥 상장 등 6개사의 IPO를 성사시켰다. 또 만도와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증권사 자문) 상장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광장은 동양생명보험 자문에 응해 지난해 10월 상장토록 한 데 이어 올해는 대한생명보험과 만도 자문을 맡았다. 김앤장은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상장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 회사의 국내 상장에서는 지평지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평지성은 미국 상장사로는 처음으로 국내 코스닥에 상장되는 뉴프라이드의 자문을 맡고 있다. 뉴프라이드는 12일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현재 6~7개 외국 회사가 추진하는 국내 상장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로펌들은 심사청구서를 내기 전 단계에서부터 기업실사,심사청구서 작성,증권신고서 작성,국내외 투자설명서 작성,공모절차의 청약납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걸쳐 자문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법률 리스크를 파악해낸다.

2008년 상장된 서울옥션의 경우 당시 위탁판매를 위해 맡아 보관하고 있던 김수근의 '빨래터' 그림이 위작 시비에 휘말렸다. 자문을 맡았던 광장은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서울옥션이 져야 하는 법적 책임 문제를 투자자 유의사항에 상세히 기술해 작성토록 했다.

로펌은 일반적으로 시간당 보수로 자문료를 받는다. 총비용은 중소기업은 1500만~2000만원,대기업은 9000만~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자문료 액수가 크지 않은 만큼 로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시장 규모는 연간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추원식 광장 변호사는 "국내 로펌의 자문료가 아직 현실화된 수준은 아니다"며 "IPO 자문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자문료도 점차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 변호사는 "IPO를 할 때 법률 자문을 통해 투자자 유의사항을 상세히 적는 기업일수록 신뢰할 수 있다"며 "투자자 유의사항 내용이 부정적인 기업일수록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