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등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놀이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람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즉석 만남을 가능케 하는가 하면 음식점 찾기 등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아이템 획득,보물찾기 등 현실세계와 연결된 게임을 즐길 수 있게도 해준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들의 경우 최근 사진이나 글,동영상 등 콘텐츠에 위치를 알리는 태그를 붙여 가상세계에 머물던 소셜 네트워크를 현실세계에서의 만남으로 확장해 나가는 시도도 하고 있다. 위치 기반 서비스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놀이문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웹 기반 SNS와 다르다.

◆위치기반 놀이 서비스 봇물

위치 기반 SNS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포스퀘어(Foursquare)와 고왈라(Gowala)가 등장한 지난해부터다. 포스퀘어는 휴대폰으로 위치를 알리고 메모를 남김으로써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친구의 친구와도 연결시켜 준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사는 주민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순간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즉석 번개'도 할 수 있다.

고왈라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다. 하지만 고왈라는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교환하는 등 게임 요소가 훨씬 더 많이 가미돼 있다. 비슷한 성격의 두 서비스가 출범 1년여 만에 각각 1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그동안 가능성만 인정받았던 위치 정보 서비스 시장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SNS 업체들도 위치 기반 서비스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오태깅'(Geotagging)을 서비스에 전면적으로 적용할 준비를 끝낸 상태다. 지오태깅은 블로그나 카페의 글에 검색어를 다는 '태그'(Tag)처럼 사진이나 블로그 글,동영상 등에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것을 뜻한다. 야후 플리커와 구글 피카사에 사진을 올리면 그 사진을 촬영한 위치가 지도에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세계 최대 SNS 업체인 페이스북도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회하기 위해서 룹트(Loopt)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SNS 업체들의 화두는 모바일 위치 정보 서비스다.

◆방송콘텐츠와 결합하기도

고왈라는 최근 미국의 주요 케이블TV 사업자 중 하나인 '트래블 채널'(Travel Channel)과 제휴를 맺고 방송콘텐츠-위치정보사업 결합 서비스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고왈라의 트래블 채널이 맨 먼저 시도한 것은 'Food Wars(음식전쟁)'라는 식당 간 경쟁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은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그 도시의 음식점 중에서 특정 요리에 대한 최고의 라이벌 2곳을 선정한 뒤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트래블 채널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

고왈라와 트래블 채널의 이런 시도는 방송의 실시간성을 극대화함은 물론 극적 긴장감과 재미 요소를 높이고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왈라 앱을 이용,라이벌 식당 2곳에 체크인하게 한 뒤 직접 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 SNS에서 각 식당에 대해 별점(평점)을 부여해 라이벌 식당의 우열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손님들의 다양한 평가 멘트가 방송보다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 무너뜨린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온라인 게임과 결합할 경우 가상현실세계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웹2.0이란 말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오라일리미디어의 오라일리 대표는 "모바일 위치 서비스는 웹이 웹의 제한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웹 진화의 가장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온라인 게임 산업이 모바일과 연계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캐릭터의 활동을 게이머가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구현하면서 현실세계에서 보상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궁훈 CJ인터넷 대표는 "위치 정보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적용할 경우 지역별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는 등 가상세계에 국한됐던 온라인 게임이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는다"며 "위치 기반 서비스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