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시간이 지날수록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1분기 실적 고점 가능성이 지배적이었지만 1분기 실적들이 발표되면서 호황세를 구가하는 반도체와 LCD 업종 등을 중심으로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기업실적 2분기도 사상 최대 달성 전망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주요 상장사 190개사(코스피 142개사, 코스닥 48개사, 시가총액 비중 74%)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2분기 실적 추정치 평균을 분석한 결과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17조원과 20조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6%, 48.4%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6.1%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2월에만 해도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지만 주가에 거의 반영됐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실적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면서 애널리스트들이 2분기 실적을 더 좋게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증가폭이 둔화되더라도 실적 절대치는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선순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고용, 소득, 소비 지표들의 개선은 더디게 진행 중이지만 기업실적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1분기 어닝시즌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아 1분기 영업이익 2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2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6.3% 가량 늘어난 23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경기 청신호..2분기 수출·투자 지표 호조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수출과 내수, 설비투자, 고용 등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1분기에 이어 2분기 경제도 외생적인 돌발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경기회복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1분기 경제 성적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지난 3월까지 수출은 1016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입도 97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1% 늘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 증가로 1월 무역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가 1분기 전체로는 37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지난 1월(6.8%)에 이어 2월(12.9%)에도 호조세를 보였으며 3월에도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해 4분기(13.3%)에 나타났던 두자릿수 증가세가 올 1분기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투자 호조에 힘입어 올해 설비투자지수는 1월 19.4%, 2월 18.0%에 이어 3월에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실업률이 지난 1월(4.8%), 2월(4.4%)에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 등 공공부문 일자리사업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들어 제조업 취업자(4만5000명)가 5년여 만에 두달 연속 늘어나는 등 공공행정을 제외한 취업자 수(14만2000명)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 반도체·전자·섬유·기계 '호조' 기업 실적 호전과 긍정적인 경기전망에도 불구하고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와 섬유, 기계산업은 2분기에도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선과 건설산업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업종별로 취합한 '2010년 2분기 산업기상도'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가 예상되는 반도체 업종과 중국, 중동, 브라질,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섬유업종의 전망이 밝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산업의 경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D램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수출 전망도 24억달러(35.1%) 늘어난 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도 수출호조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40.7% 증가한 8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전자산업은 수출이 생산을 견인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내 발광다이오드(LED) TV,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2분기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8억달러(13.4%) 증가한 33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반면 내수는 실업, 가계부채 등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지난해 2분기보다 3.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섬유산업은 지난 1분기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와 내수 의류 소비가 살아나면서 수출, 내수, 생산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35억달러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도 가동률 호조가 이어져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날 전망이다. 기계산업은 1분기 생산, 내수, 수출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2분기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 조선·건설 '부진', 철강·정유 '혼조' 반면 조선업종은 해운산업 침체로 2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양플랜트, 벌크선 등 일부 선종에서 신규 발주가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 2분기 선박생산은 선박인도 연기 등 선사들의 계약변경과 수주급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4% 감소한 31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이미 확보된 일감을 바탕으로 유지해 온 수출도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29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산업 역시 2분기 전망은 안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 조기집행 영향으로 공공부문 공사물량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경기 회복이 어려워 전체 공사수주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 감소한 2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종은 노후차 세제혜택 종료, 고유가가 맞물려 내수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산업은 내수가 2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철강시장 공급과잉 우려로 수출은 -2.2%로 주춤할 전망이다. 철강산업은 생산능력 향상, 수요산업 생산증가, 수출시장 경기회복 등으로 2분기에 생산, 내수가 각각 15.1%, 25.8% 증가한 1580만t과 1295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수출은 주요국의 출구전략과 남유럽 금융위기 가능성, 중국·중동 등 신흥국의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2.2% 감소한 524만t을 수출하는 데 머물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정유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악화를 겪었으나 2분기에는 수출(1.0%), 생산(1.3%), 내수(0.9%)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소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 글로벌 수요 회복과 IT·자동차 성장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 위축 우려를 낳았던 중국 경기 회복, 미국 경기의 꾸준한 회복이 국내 기업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2분기 전망이 밝아졌다. 선두에는 IT와 자동차주가 자리 잡고 있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은 올해 연간 실적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한 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도요타 리콜 반사효과와 신차 출시 덕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 엔진도 식을 줄 모르고 달릴 전망이다. 3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본격 판매된 현대차 쏘나타YF는 회사의 기대를 웃돌고 있다. 기아차는 3월 말 나온 스포티지R와 5월 K5 출시로 고가인 중대형차가 주로 팔리며 높은 수익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부진했던 건설·내수 반등여부 주목 대형 건설과 내수주의 2분기 회복도 점쳐지고 있다. 성신양회는 1분기 추정치에 비해 영업이익이 8배로 늘고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각각 335%, 28%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광고 경기에 민감한 SBS와 제일기획의 영업이익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262.4%, 16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1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부진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며, 실적 모멘텀의 지속, 자산건전성 우려의 점진적 해소, M&A 기대감 증대 등으로 2분기에는 본격적인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주와 현대상선 대한해운 등 해운주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 환율과 중국 긴축..유가·원자재 변수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 특성상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주에 부담을 준다. 특히 중국 경기가 과열로 판단될 경우 긴축정책도 우려된다. 인플레이션 등 경기 부양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중국의 출구전략 조치는 국내 기업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1100원 수준까지 붕괴되는 원화절상이 이뤄진다면 증시는 물론 수출과 관련된 주력 업종들에 대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2분기에 최대 변수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3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추가적인 긴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기 회복에 따른 중국의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물가도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의 회복세와 맞물려 원자재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정상화 국면에서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