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 초반에 들어온 주문들 대부분이 공모가(9만~11만5000원)의 하단인 9만원을 넘고 있다. 시장가(Unlimited price)로 받겠다며 수량만 써내는 투자자도 있었다. "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이 최근 홍콩에서 개최한 투자설명회(IR)에 다녀온 한 기관투자가의 얘기다. 공모주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라면 공모가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웃돌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오는 23일까지 해외 로드쇼를 진행한 뒤 27일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자 반응,예상밖 좋아

지난 12일 홍콩 아일랜드 샹그리라호텔.삼성생명이 5월 상장을 앞두고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처음 IR를 열었다. IR에는 기관투자가 100명 이상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1위 생명보험업체인 삼성생명은 대한생명 동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줄 만하다는 분위기가 확연하다"고 전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과 한종윤 재무총괄 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해외 로드쇼에 총 출동했다. 이들은 홍콩,싱가포르,영국 런던까지의 일정을 마쳤다. 16일부터는 뉴욕을 시작으로 보스턴,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공모주 4443만주를 일반 투자자,국내 기관투자가,우리사주에 20%씩을,해외 기관투자가에 40%를 배정했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이 그만큼 중요하다. 공모 수요예측은 국내 기관에 대해선 22~23일,해외 기관에 대해선 로드쇼 기간인 12~23일 진행한다.

한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해외 로드쇼가 끝나갈수록 공모 청약 경쟁이 붙으며 기관들의 주문 가격도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반부터 9만원대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프루덴셜이 AIA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홍콩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상장 일정을 잡지 못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투명성,자본력 제고 효과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상장이 국내 보험업계와 금융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국내 보험산업의 투명성과 자본력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공시 등으로 인해 생명보험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모두 상장돼 있는 손해보험사 못지 않게 경영효율성도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영업에 드는 사업비도 사용내역이 공시되고 감시된다면 더욱 알뜰하게 쓰여져 결국 보험계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보험사에 대한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20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한국 생명보험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 평가도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삼성생명 상장 발표 이후 지난달 국내외에서 보험업종 분석보고서는 63개로 전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들도 고객과 주주,종업원 중심으로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생보사의 경영 전략과 내부 경영관리 체계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 국내 생보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동균/조진형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