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 · 2 지방선거에 4조원 정도가 풀림에 따라 경기회복세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쇄물,빌딩임대,정치컨설팅업체,중고차시장 등 관련업종은 벌써부터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돈이 갑자기 풀려 물가에 부담을 주거나,소비경기를 활활 태우는 것과 같은 '선거경기'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선거비용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데다 정책선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면서 선거경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쇄업체 호황

단연 최대호황을 누리는 곳은 인쇄업체.명함과 전단지부터 시작해서 정책자료집,어깨띠,현수막 등의 물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일부업체는 1~2개월 동안 1년치 매출을 올릴 정도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인쇄업체 폴리컴은 이달에만 선거용 명함 2만장을 찍었다. 정상철 실장은 "평소 한 달에 1000~2000장의 명함이 나가지만 선거철에는 5만장까지 찍는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비즈남이기획의 김대풍 과장은 "한 달에 2000~3000부였던 정책자료집 주문이 최근 한 달 동안 2만부를 넘었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가 예비후보자들에게 8쪽자리 정책자료집 발간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 1명이 8표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투표용지만 2억5000만장이 소요된다는 게 선관위의 추정이다. 인쇄업체의 종이 확보전도 뜨겁다. 가격불문하고 물량부터 확보하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 여파로 지난 1월에는 6만원이었던 가로 93.9㎝,세로 63.6㎝ 크기의 종이 500장 가격이 최근 15% 가까이 올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방업체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산디자인 이승재 대표는 "3~4명의 시장 출마자와 9명의 교육감 출마자에다 16개 구청장,시와 구의원 출마예정자들이 130만세대에게 보내는 홍보책자를 준비하느라 인쇄소들은 짭짤한 선거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협진인쇄소의 오협진 사장은 "역대 최대 동시선거인 만큼 울산 선거 홍보물 시장규모는 최소 100억원 이상"이라며 "이미 20여개 인쇄업체들이 기획사와 공동으로 여야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선거 때만 같아라"

여론조사업체들도 특수가 몰리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평상시에 비해 조사 물량들이 3~4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려는 수요까지 생기고 있다. 과거 여론조사를 잘 하지 않았던 기초의회 의원후보자들까지 조사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업체 간 '면접원 빼가기',전문성이 없는 소규모 ARS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통 1000명 샘플의 면접조사 방식이 1회당 1000만원 정도 하는데 ARS는 150만원 이하로 하는 경우도 있어 자금이 부족한 후보들이 ARS 조사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사업체 관계자는 "평상시에 비해 전화 면접원을 두 배 이상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면접원 교육을 받은 인재풀은 선거 기간 동안 동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기관은 면접원 확보를 위해 2~3개월간의 임금을 미리 지급하거나 임금을 1.5배 이상 올려준다. 그럼에도 면접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소형차 '품귀' vs 식당가는 특수실종

중고차 시장에도 반짝 특수가 찾아왔다. 부산차량판매 김민철 사장은 "한 후보가 유세차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1t짜리 트럭을 개조해 멀티비전을 장치하는 주문을 받았다"며 "다른 업체들도 1t짜리 차량이 동이 날 정도로 출마예정자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후보자들의 식사대접이 사라지면서 식당은 특수가 실종된 모습이다. 인천 구월동에서 30여년간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양성씨는 "선거철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단체손님들은 더 줄어든 것 같다"며 "선거법이 까다롭고 서로 감시도 심해 오해를 받기 싫어서인지 공공기관과 유지들도 잘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영/구동회 기자 nyusos@hankyung.com

부산 · 울산 · 인천=김태현/하인식/김인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