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작년 11월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동통신 생태계가 달라진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방식부터 일상생활까지 모두 바뀌고 있다. 가히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기르겠다고 하고,삼성 · LG 등은 아이폰을 뛰어넘을 제품을 구상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이동우 북세미나닷컴㈜ 대표는 《앱티즌》에서 "핵심은 앱티즌"이라고 역설한다. 잡스도,아이폰도 아니고 앱티즌이 핵심이라는 것.앱티즌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과 '네티즌'을 결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이 앱티즌을 이해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아이폰과 애플리케이션이 가져온 변화를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바라본다. 변화는 블로그 · 카페 등이 등장한 네티즌(인터넷) 시대에 이미 시작됐다. 이 변화는 이동 중에도 트위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혁명으로 바뀌었다. 앱티즌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가 · 기업 · 매스미디어 등의 힘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제 앱티즌은 신흥권력이다.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앱티즌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대중을 가르치고 여론을 선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 앱티즌이 습득한 지식을 순식간에 모든 앱티즌이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앱티즌 사이에서는 나이나 성별을 떠나 생각이 비슷하면 친구가 된다. 국경도 없다. 전 세계 앱티즌이 생각을 공유하며 공통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경쟁 패러다임을 단말기 성능에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단말기 성능이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 더 많은 앱티즌이 몰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정부 주도로 잡스와 같은 천재를 키우는 것도,아이폰보다 성능 좋은 단말기를 내놓는 것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앱티즌이 주도하는 이 같은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면 어떤 분야든 성공하기 어렵다. 시장환경이 콘텐츠 중심,사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설득력이 강해진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트위터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느꼈던 생각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변화가 두려운 사람도,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도 모두 읽어볼 만하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