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0㎞ 넘게 운전할 때도 많습니다. 매달 평균 1만㎞ 이상 운전하면서 전국의 영업현장을 찾아다니죠."

한균식 경한 대표(38)는 "1998년 입사해 지금까지 바꾼 승용차만 6대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통 20만㎞를 넘기면 교체해 2년에 한 대꼴로 바꾼 셈이다. 한 대표는 회사에서 '승객없는 택시기사'라고 불릴 정도다.

그는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장소 시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달려간다. 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의외로 쉽게 풀려 계약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영업현장을 다니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맞기도 했다. 그는 "고속도로 운행 중에는 고속버스가 지나가면서 날린 합판에 맞아 차가 파손되고 앞차의 급정거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한 대표가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을 직접 다니며 영업을 하는 이유는 입사 초기 영업할 때의 경험 때문이다. 입사해 1년 뒤인 1999년부터 한 회장의 명령(?)을 받고 멸균기를 판매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한 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 한 대표는 "처음 전국의 식품회사 전화번호를 찾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영업을 했지만 친절하게 맞아주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직접 담당자를 만나 설득하기로 하고 자동차로 전국을 누비기 시작한 것.그러나 거래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국산제품을 어떻게 믿고 사느냐.사용하다 식품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첫 계약에 성공했을 땐 세상을 얻은 듯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이 회사 승계를 결심한 시점은 지난해 8월.3,4년 전부터 한 대표에게 회사 살림을 대부분 맡겼는데 원부자재를 들여오고 제품 설계부터 생산 시공,영업까지 총괄하는 등 회사업무를 꿰차고 일처리를 잘하더라는 것.

이 회사는 업계에서 사관학교로 불린다. 회사 출신 직원들이 독립해 주방기기 사업을 하는 사람도 4명이나 된다. 2006년에는 주방기기를 애프터서비스하는 분야를 떼어 직원이 독립할 수 있도록 공장 안에 사무실과 작업현장도 마련해 줬다. 한 대표는 "아버지는 비록 회사규모는 작더라도 직원을 평생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며 "그 정신을 이어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