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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공포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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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수많은 공포증이 있다. 그 중 내가 경험한 공포증은 그 무엇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시작은 이렇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여느 때처럼 친구 집에 놀러 가 술래잡기를 하던 도중 친구를 잡으려고 급히 쫓아가던 나를 친구집 강아지가 덤벼들었다. 처음 본 녀석도 아니고,매번 나를 따르던 귀여운 강아지가 나를 심하게 물어 병원에 가는 대소동까지 치른 것이다. 그 이후 30여년간 크기나 생김새와는 상관없는 나의 강아지 공포증은 지속됐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였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기 위해 찾은 공원에는 자유롭게 활보하던 개가 어찌나 많던지,마치 개 전시회를 방불케 했고 나는 그때마다 공포로 온 몸이 굳어버렸다. 여느 때처럼 긴장 속에 산책을 하던 날,멀리서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를 보며 전력 질주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걸음아 나 살려라'며 달리는 나의 뒤로 개가 뛰고,그 뒤로 엄마를 찾는 아이도 울면서 뛰었다.

    이 광경을 보던 개 주인은 "이 개는 프렌들리한 개"라고 외치며 뛰기 시작했지만 나는 질주를 멈출 수 없었다. '아이고.아저씨.나를 문 강아지도 충분히 프렌들리했거든요!'

    그리고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형제 자매가 없는 아이가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라고 날 조르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숨긴 채 털 빠짐과 배변 훈련을 이유로 딱 잘라 거절하는 나를 두고 아이는 꾀를 냈다. 제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나를 설득해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시아버지,시어머니가 긴히 나를 부를 때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는가 했더니,결국 강아지 얘기였다. 이 주도면밀한 녀석.

    어쨌든 나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청을 거절하지 못해 결국 작은 몰티즈 한 마리와 살게 됐다. 처음엔 이갈이를 하느라 발가락을 자근자근 무는 작은 강아지가 무서워 이리저리로 피해 돌아다녀야 했지만,결론적으로 지금 난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계기에서 시작되었든,그 대상이 무엇이든 두려움과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증은 피하기보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그 대상에 잦은 노출을 할 때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엔 자유연애가 보편화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많은 이성을 사귀고,더러는 연애를 통해 상처 입은 미혼남녀를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혼도 많이 늘어,부모 또는 자신이 이혼을 경험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실패를 또 경험할까봐,또는 상처 입을까봐 두려운 마음에 새로운 인연이 눈앞에 다가와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거나,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인연의 끈을 놓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나면 그 뒤엔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김혜정 듀오정보 대표 hjkim@duo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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