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11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비수기다. 날씨가 춥기 때문이다. 봄을 기대하는 2~3월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 경매장에 출품된 차량들을 살펴보면 이런 계절적인 흐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3월에도 중고차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물량부족 때문에 경매 낙찰 가격이 지속적으로 강세다. 그나마 아반떼 쏘나타 SM5 등 '국민차'들이 상대적으로 물량 여유가 있는 편이다. 차량 상태에 따라 낙찰 가격의 분포가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난다.
신차가 나오면 구형 모델의 중고차값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현상도 사라지는 추세다. 구형 모델인 현대차 NF쏘나타와 르노삼성 SM5 등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신형이 출시된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 중고차값도 변동폭이 미미하다. 차량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시장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고차를 구입할 생각이라면 당분간 가격 부담이 불가피할 것 같다.
렌터카에 대한 인식도 소리없이 바뀌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지난 5년간 두 배가량 성장했다. 렌터카의 중고차 시장 유입도 상당하다. 특히 중고차 경매장에서 렌터카의 출품 추세가 눈에 띈다.
특이한 점은 과거와 달리 렌터카의 '중고차 상품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렌터카는 과거 휴가철 여행 목적으로 많은 사람이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하던 게 주류였다. 제대로 차량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용 연한이 만료되는 시점엔 대부분 차량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렌터카 업체들이 차량에 대한 유지 보수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렌터카 용도 역시 다양화되면서 장기 렌터카가 늘고 있다. 장기 렌터카의 경우 한 사람이 상당 기간 차량 한 대를 고정적으로 쓰기 때문에 일반 중고차와 달리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런 렌터카들은 개인이 사용하던 중고차에 비해 시장 가격도 낮게 형성되는 편이다. 중고차 구입을 생각하고 있다면 상태가 좋은 렌터카 '출신'을 물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글로비스 자동차경매장 부장 rjs3762@glovi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