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2일 "현대가 열어 놓은 남과 북의 민족화해 사업인 금강산 · 개성관광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연지동 그룹 신사옥 강당에서 열린 '비전 2020 선포식'에서다.

현 회장은 "당국 간 대화가 진전되면 막힌 길이 뚫리고 더 큰 희망의 문과 축복의 통로가 활짝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선대 회장께서 물려주신 현대그룹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키고,대북 사업을 통해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일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현 회장의 이날 발언은 현대의 대북사업이 꼬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을 받았다.

현대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부동산 동결 등 잇따른 악재 돌출로 1998년 11월 시작한 대북 관광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현대아산이 지금껏 북한에 투자한 금액은 226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2008년 7월 '박왕자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후 매출 손실은 약 2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전 선포식에는 전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조원가량인 그룹 매출을 2020년 70조원으로 6배가량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해운,인프라,증권업 중심인 사업 구조를 글로벌 인프라,통합 물류,종합 금융,엘리베이터 등 공간 이동 사업,관광 · 유통 · 교육 등 5개 부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 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 "지구력과 스피드를 겸비해 마라톤 코스를 100m처럼 뛰자"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