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첫 금통위 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연 2.0%인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정책을 바꾸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김 총재는 "민간 자생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이 설 때"라고 말했다. 김 총재가 화두로 던진 '민간 자생력 회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 총재는 스스로 "많은 변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듯이 하나의 잣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시장에 던졌다. 김 총재는 물론 시장의 고민이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민간 부문의 자생력은 우선 소비지표를 통해 따져볼 수 있다. 가계의 소비활동을 잘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4분기 4.1% 증가(전기 대비)에서 올 1월 1.3% 감소로 반전했다. 2월엔 1.8% 증가로 다시 돌아섰지만 아직 확고하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기업 설비투자도 개선되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월 건설수주액은 1월에 비해 23.8% 줄었다.

고용지표는 안갯속이다. 실업률은 1월 5.0%,2월 4.9%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김 총재는 "(고용이) 예상만큼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3월엔 2.3% 수준으로 안정돼 있지만 올 하반기 이후,특히 내년엔 올해보다 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철강 원유 등의 국제가격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은으로선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 총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의 불확실성이다. 미국은 지난달 비농업부문 취업자가 3년 만의 최고 수준인 16만2000명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9.7%에 달했다. 주택판매 역시 지난 2월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유로지역은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해외의 불안요소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총재는 이런 점을 두루 감안,"경기 회복세는 지속되겠지만 해외 위험요인 등에 비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 등 시장참가자들은 김 총재가 '경기회복세'와 '불확실성' 가운데 '불확실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한은 기준금리는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 연말께까지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대우증권 등)이 나오고 있다. '민간의 자생력 회복'이 조만간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